지난 해 우리나라 처음 소개된 뮤지컬 <레미제라블; http://blog.joinsmsn.com/yang412/12972541>을 관람하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원작을 다 읽지 않은 상태에서 관람을 한 탓에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장면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관극에 몰입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많았습니다. 좌석 역시 거의 뒷자리였던 탓에 무대에 선 배우들의 노래 이외에 다른 요소를 감상할 수 없었던 한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래와 분위기는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에 이어 개봉한 영화 <레미제라블>을 관람하기로 하였지만, 워낙이 관람객이 많아 예약이 쉽지 않았던데다가 연말연시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았던 탓에 시간을 내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던 참이었습니다. 결국은 조선일보가 기획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완독한 독자들이 참여하는 대담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더 미룰 수 없었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3037226) 개봉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좋은 좌석은 이미 예매되어 앞쪽에 겨우 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관람 후기에서도 지적했습니다만, 민음사의 최근 번역본으로도 255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러닝타임 158분으로 축약하여 작가의 메시지를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뮤지컬 관람 때와는 달리 영화를 관람할 때는 이미 <레미제라블>을 완독한 다음이었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배경에 대하여 나름대로 이해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축약하거나 건너뛴 부분까지도 이해하면서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제작노트에서도 밝히고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뮤지컬을 단순하게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옮기는 형식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뮤지컬 대본을 해체하여 영화에 맞도록 재구성하면서 필요에 따라서 수정보완했다고 합니다. 대표적 장면을 몇 개 꼽으면, 뮤지컬 무대라는 제한 때문에 배에서 노를 젓는 오프닝 장면은 대형 범선을 수리하기 위하여 도크로 끌어들이는 장면으로 대체되어 스펙터클하고 긴박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원작에서는 장발장의 감옥생활에 대하여 상세하게 서술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장발장이 마들렌 시장으로 지내다가 신분이 들어나 다시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탈출하는 장면은 바로 수리를 위하여 정박한 배에서 일어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원작과 동떨어진 묘사하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두 번째 장면은 장발장이 테나르디에 여관에서 어린 코제트를 구출하여 마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에 등장하는 'Suddenly'라는 곡은 뮤지컬에는 없는 것으로 영화를 위하여 새롭게 작곡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 장면에서 장발장이 “사랑 받지 못하고 살아온 자신과 코제트가 비로소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레미제라블>의 성격에 대하여 빅토르 위고는 5권의 말미에서 마리우스의 눈을 통하여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장발장 속에서 뭔지 알 수 없는 높고 어두운 모습을 어렴풋이 보기 시작하고 있었다. 놀라운 덕이 그에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의 광대무변함 속에서 겸손하고, 온화한 최고의 덕이, 이 죄수는 예수로 변모하고 있었다.(민음사판, 레미제라블 5부 470쪽)”

 

 

 

이 장면을 제외하고서는 원작에서도 미리엘주교의 교화로 거칠고 험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장발장이 변해가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어린 코제트를 구하는 장면과 자베르에게 체포되어가는 팡틴을 구하는 장면, 바리케이트에서 첩자로 잡혀있던 쟈베르형사를 풀어주는 장면 그리고 극후반부에서 코제트가 마리우스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발장이 생 드니의 바리케이트로 마리우스를 구하러 가면서 코제트의 미래를 위하여 자신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뮤지컬에서는 빠졌던 장발장과 코제트의 수도원생활 장면 등등

 

 

뮤지컬이나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으로 다루고 있는 생 드니 거리의 바리케이트 장면은 사실 장발장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여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을 완결시킨다는 작품 전체의 흐름을 클라이막스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장치가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프랑스 사회상을 담아내는 한편 공화정에 대한 위고의 애정을 나타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나 영화에서는 장발장이 죽음을 통하여 자신의 영원한 구원을 완성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에 더하여 시민군의 투쟁의욕을 고취시키는 장면을 엔딩으로 삼을 것은 완성된 그림에 필요없는 점을 더한 것 같다는 개운치 않은 느낌이 남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뮤지컬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방대한 작품을 짧은 시간에 축약해 넣으려다 보니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관객의 이해가 떨어지고 몰입이 방해되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원작을 읽어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배경을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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