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의 역사 - 절대 측정을 향한 인류의 꿈과 여정
로버트 P. 크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공의 시절이었으니 아마도 8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시던 교수님께서 당시로서는 생소한 SI Unit 체계에 대하여 발표하시는 것을 지켜보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새로운 것을 찾아 공부하시고 후학들에게 가르쳐주기를 즐겨하셨던 분입니다. <SI Unit>는 국제단위로 번역되는 불어 “Systeme International d'Unites”를 줄인 용어입니다. 각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단위계를 서로 비교하는 번잡함을 피하기 위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위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측정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국제적 노력의 과정을 모아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척, 관 등과 같이 옛날부터 사용되어온 도량형을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는 미터법이 바로 이 국제단위입니다. 도량형의 표준을 세우는 것은 상거래의 질서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었던 것으로 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가름하는 중요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난전에서 물건을 사면서 저울의 눈금을 속인다는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제단위의 핵심이 되는 미터법은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실현되었다는 것인데,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의 프랑스 사회는 도량형의 표준이 없어 상거래에서 불편이 가중되었고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어 프랑스 과학계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도량형의 표준을 정할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던 것인데, 프랑스 왕은 관습을 바꾸지 않으려는 관련 분야의 저항을 두려워하여 반대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하여 개혁세력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영주가 기존 도량혈을 악용하여 농민들을 가혹하게 수탈했다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고조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과학아케데미에서 제안한 도량형은 ‘모든 시대를 위해, 모든 사람을 위해’ 고안된 것인데 길이와 무게의 표준을 자연표준에 연계했던 것입니다. 즉, “파리를 지나는 자오선의 4000만 분의 1로, 킬로그램은 물 1세제곱데시미터의 무게”로 정의되었고, 1799년 제작되어 프랑스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에탈롱를 길이와 무게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미터법은 단순하고 합리적이었지만 프랑스에서 정착되는데도 수십년이 걸렸지만 점차 다른 나라에도 전파되었지만, 영국과 미국에서는 여전히 자국의 도량형을 표준으로 사용하면서 미터법을 병용하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은 국제단위로 변환하는데 투입되어야 할 재정적 부담과 독자적 도량형에 대한 자존심이 같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미터법은 1875년 미터법에 대한 국제협약이 체결되면서 감독권한이 프랑스를 떠나 새로 설립된 국제기구, 국제도량형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1879년에는 도량형원기가 제작되어 채택되어 국제도량형국은 원기를 관리하고 회원국의 부원기를 교정하는 임무를 맡는 한편 미터법을 시간과 전기 등의 영역으로 확대하여 MKSA 단위계를 확립하였습니다. 여기에 온도와 빛의 세기로 켈빈과 칸델라 그리고 1971년에는 몰이 일곱 번째 단위로 추가되었고, 뉴턴, 헤르츠, 줄, 와트 등의 기본단위에서 파생된 ‘유도단위’까지 정해졌습니다.

 

최초의 길이단위 미터가 파리를 지나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삼았던 것처럼 임의의 기준을 적용했던 단위들을 자연에서 측정이 가능한 불변의 대상을 찾는 작업이 꾸준하게 이어져서 <측정의 역사> 290쪽에서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 길이는 진공 속에서 빛의 속력을 상수로 하여 정하게 되었고, 시간은 세슘 133 원자의 초미세갈라짐을 상수로 정하였으며, 국제질량원기를 상수로 하던 무게도 플랑크상수를 기준으로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단위는 필요해서 만든 것이며, 인간의 삶은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한다. 우스꽝스러운 단위는 측정행위가 얼마나 자의적인가를 풍자하고 조롱하고 드러내는 나름의 역할을 한다. 우리는 측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좀처럼 인식하지 못한다. 측정체계가 주목받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생겼을 때 뿐이다.(199쪽)“라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뒤에 미국의 대통령이 된 존 퀸시 애덤스는 “미터법은 인간의 창의력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이라고 평했다고 하는데 정작 미국은 아직까지도 미터법을 표준도량형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역자는 표준도량형은 만물의 언어로 통하게 되었지만, 보편성은 차별을 없애는 한편 차이까지 없었다면서 측정의 표준이 가지고 올 그 무언가에 대한 불안한 느낌을 적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리해보면 국제단위가 탄생하게 된 역사적 흐름을 정리하고 있는데,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생소한 분야라서일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