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 닮은 듯 다른 한옥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이상현 지음 / 시공아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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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워크숍을 다녀오는 길에 남양주시에 있는 다산유적에 들렀습니다. 이곳에는 다산선생의 묘소가 있고, 생가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여유당’이라는 이름의 사랑채와 안채로 된 단촐한 한옥을 보면서 어렸을 적 살았던 한옥이 그리워집니다. 그때만 해도 생활공간이었던 한옥이 어느새 추억 속의 공간으로 밀려나 있음을 발견합니다. 안채 마루에 앉아서 혹은 토방에 서서 안내하시는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건너편 사랑채 기와 위에 소복이 앉은 눈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사랑채의 창을 건너 안채의 건넌방이 엿보면서 왜 이런 구조를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풀지 못했습니다.

 

마침 시공아트에서 새로 나온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을 읽게 되면서 저자이신 이상현님께서는 명쾌한 답을 주실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은 이제는 시골마을에서도 귀한 존재가 되고 있는 전통 한옥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저자가 참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먼저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전남 나주시 도래마을에 있는 홍기웅가옥을 설명하는 글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옥에는 음악처럼 높낮이가 있어 끊임없이 리듬을 만들어낸다. 지붕 선이 리듬을 타고 추녀 끝에 걸리면, 벽면을 채운 재료들이 질감의 변화를 이끌며 흥을 돋운다. 한옥에서 시작한 율동감은 자연스럽게 마을로 이어진다. 가을이 봄처럼 화사한 도래마을이라면 율동감이 당연 도드라진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강한 율동감이 몸을 자극해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흥겹다.(245쪽)” 하나 더, 경남 안동시에 있는 남흥재사에서의 느낌도 예사롭지 않게 설명합니다. “누마루에 앉자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마음을 태운 시선이 누마루에서 쪽마루를 지나 대청으로, 대청에서 계단을 내려가 마당으로 파도를 탄다. 동선을 거꾸로 흐르는 눈길이 리듬을 타 신바람 난다.(351쪽)”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한옥을 구경거리 삼아 찾아보지만 그 집이 그 집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한옥에서 살았던 경험이 다른 한옥에서 특별한 의미를 구하려는 시선을 가로막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한옥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겉모습을 중시하는 다른 나라 건물과 달리 한옥은 사는 사람을 중시한다. 때문에 한옥을 제대로 보려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그 집에 사는 사람처럼 대청에 올라 먼산바라기도 하고, 방에 앉아 머름(문턱보다 높은 창턱)에 팔을 얹고 마당도 내다봐야 한다.(211쪽)” 하지만 한옥에 대하여 정통했다고 할 저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한옥도 있는 모양입니다. 짐 구석구석을 돌아보아도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뿐 궁금증을 풀어낼 단서가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한옥을 제대로 감상하는 눈은 의문을 가지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열리게 되는 모양입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에서는 모두 24곳의 전통한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7곳의 살림집 한옥 이외에도 성당, 절집, 서원, 향교, 재사 등 전통 건축방식으로 지어진 7곳의 한옥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정감이 넘치는 설명을 뒷받침할 많은 사진을 더하고 있어 마치 현장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전통한옥을 감상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어렸을 적에 한옥을 짓는 과정을 보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건축하시는 분들이 설계도면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기억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기억이 전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되살려주는 대목도 있습니다. “한옥의 아름다움 중에서 첫 번째를 꼽으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지붕선을 꼽는다. 그런데 한옥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지붕선을 만드는 방법이 아주 독특하다. 그냥 대충 만든다. 정말 대충만든다.(291쪽)” 두 번씩이나 강조한 대충 만드는 놀라운 과정은 책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전통가옥들은 개인의 재산임에도 세상에 내놓은 것들로서 관심이 있는 분들이 둘러볼 수 있는 곳들이라고 합니다. 근처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들러서 전통한옥에 담겨 있는 특별한 의미를 이상현님의 정감 넘치는 설명과 함께 감상해보는 것도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다산 생가의 모습을 담은 사진 두 점으로 전통한옥의 멋을 소개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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