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6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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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은 2부의 후반부와 에필로그를 담고 있습니다. 2부의 전반부에서 집을 나간 레피크가 철도부설공사에 자본을 투자하고 참여하고 있는 친구 외메르가 지내고 있는 건설현장에 몇 달동안 머물면서 나름대로의 꿈을 담은 농촌부흥 프로젝트를 완성해서 외메르의 장인이 될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아 농림부를 통하여 프로젝트의 실행을 추진하지만 이상주의적인 그의 프로젝트는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출판되는 선에서 끝나게 됩니다.

 

1권의 느낌을 적을 때도 잠깐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만, 레피크가 집을 나가 외메르에게 가는 과정이 극적으로 설명되지 못하고 마치 아내와의 갈등이 원인인 것처럼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레피크의 사례처럼 갈등을 극적인 상황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여러 상황들, 예를 들면, 제브데트씨의 큰 아들 오스만과 네르민의 관계에서도 오스만의 외도에 아내 네르민 역시 외도로 맞서는데,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동생 레피크나 아이셰가 이를 덮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고 이들의 결혼생활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의외로 가출(?)에서 돌아온 레피크가 아내 페리한과 화해하고 순탄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가 느닷없이 에필로그 부분에서 레피크의 아들 아흐메트와 그의 여자 친구 일크누르의 대화를 통하여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출판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한 레피크가 어느날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와서는 “나라의 90퍼센트가 굶고 있고 가난하고 비참한데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죄”라고 떠드는 것을 들은 페리한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밖에 없어. 가방을 싸는 것!’이라고 답하고서는 집을 나갔다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을 같이 한 부부가 헤어진 이유를 제대로 설명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죽어가던 형이 부탁한 조카 지야와의 관계 역시 뭔가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만 불러일으키고는 용두사미가 되고 만 경우입니다. 본인의 희망에 따라서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인이 된 지야는 1차 세계대전이 예상되는 시점에 전역을 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자금을 내놓으라고 제브데트씨를 압박하지만 거절당하고 돌아가면서 죽을 때까지 못살게 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지만, 군사쿠데타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제브데트 가족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끝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레피크의 두 친구 외메르와 무히틴 역시 전편을 통하여 등장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는 구석이 적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외메르는 자신이 파티흐-정복자라는 의미를 가진 터키어로 영웅이 되고 싶다는 외메르의 꿈을 담은 단어라고 생각됩니다-가 될 것이라는 거창한 꿈을 내세우지만 어떻게 파티흐가 될 것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의 딸과 약혼을 하는 등 야심찬 행보를 보이던 외메르는 철도부설공사장에서 자본을 투자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부를 축적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잡아놓은 결혼식날 식장에 나타나지 않는 이해되지 않은 행보 끝에 시골에 토지를 사들여 커다란 농장을 세우고 그곳에 머물고 마는데 이런 행보를 파티흐라고 할 수 있는지....

 

아이셰의 경우도 학교에서 만난 가난한 교사의 아들과의 교제에 반대하는 오빠 오스만에 굴복하고 집안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등.. 전반적으로 보면 터키 사회가 아주 가부장적인 사회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대가족제도의 해체가 터키에서는 1930년대부터 시작되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데, 가출에서 돌아온 레피크가 니갼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분가하는 것이나 오스만 역시 니갼부인의 반대에도 살던집을 부수고 아파트를 지어 아들 부부와 어머니 그리고 조카가 각각 생활하도록 가옥구조를 변경하는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르게 서구화 되어가는 터키사회의 구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옮기신 이난아교수님은 “이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가족 구성원들의 심리와 정신상태를 심도있게 파헤쳤다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작품해설에 적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읽는 저의 독해능력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그의 후속작품들을 읽으면서 되돌아볼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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