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5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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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와 책쓰기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담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의 최근작 <소설과 소설가; http://blog.joinsmsn.com/yang412/12935937>를 읽고서 오르한 파묵의 전작을 읽어보지 않겠느냐 하는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사실 터키라는 나라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경계면에 있는 나라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고, 2002년 월드컵 당시 3,4위전에서 맞붙으면서 6.25동란 당시 참전한 혈맹국가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면서 나름대로는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는 것은 여전히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소설과 소설가>를 읽으면서 그의 작품세계를 조금이라도 엿보아야 그의 말이 이해될 것 같아서 그의 소설 <순수박물관; http://blog.joinsmsn.com/yang412/12932677, http://blog.joinsmsn.com/yang412/129334841>을 읽게 된 것이었습니다. 소설의 경우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알고 읽으면 작가가 생각하는 바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쉽게 다시 말씀드리면 <순수박물관>을 통하여 작가가 독자에게 주려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오르한 파묵의 전작읽기는 저에게는 터키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은 파묵의 첫 번째 소설작품으로 그의 문학세계의 시발점을 알려주는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나의 모든 소설은 이전에 발표한 소설 속에서 태어난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에 나오는 젊은이들에서 <고요한 집>이 탄생했고, <고요한 집>에 나오는 파룩에게서 <하얀성>이 나왔다.”고 파묵이 말한 것처럼 첫 작품이 그의 문학세계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하겠습니다. 저 역시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에서 <순수박물관>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퓌순을 발견했으니까요...

 

이 작품은 그림을 공부하던 파묵이 소설쓰기로 방향을 바꾼 다음 5년에 걸쳐 완성한 첫 소설이라고 하는데,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05년부터 1970년까지입니다. 이 시기는 정치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터키가 극심한 변화를 겪던 시기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네 인생으로 따지면 1갑자 즉 환갑을 넘기는 세월에 걸친 터키 식자층의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의 제 1부에는 1905년 7월, 자수성가한 상인 제브데트 씨의 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폐결핵을 앓고 있는 형과의 갈등, 그리고 결혼을 약속한 니갼의 아버지 파샤와의 만남 등이 줄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당시 터키사회는 술탄이 지배하는 왕정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면서 이에 반발하는 젊은이들의 혁명의식이 꿈틀대던 시기로 제브데트의 형은 아버지를 이어 상업에 투신한 젊은 제브데트의 삶을 경멸하지만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은 병사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세월을 훌쩍 건너뛴 1936년 2월부터 1939년 12월까지 약 4년간에 걸쳐 제브데트씨와  그의 두 아들과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2부에 담고 있습니다. <제브데트 씨의 아들들 1권>에서는 2부의 중반까지를 담고 있는데 2부의 중반에서 제브데트씨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으면서 가족의 중심축이 무너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1권에서 읽을 수 있는 20세기 초반의 터키사회는 우리의 과거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든 가족이 한 집에서 사는 대가족제도나, 술탄의 오랜 실정에 대하여 젊은 식자층이 반발하고 있는 점이라거나(실제로 1905년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혁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술탄에게 폭탄을 던지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모슬렘이 상업에 종사하는 일을 천하게 여기는 사회풍조 등이 그렇습니다.

 

제브데트 씨는 형이나 주변의 시각 따위는 무시하고 착실하게 장사에 몰두하였고, 유럽에서 발생한 1차 세계대전을 틈타 무역에서 성공하여 부를 일궈내고 두 아들과 딸을 제대로 교육시키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작가의 첫 작품인 까닭인지 에피소드별로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상황을 설명하는데 치중하는 느낌이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쉽게 흥분하는 듯한 터키인의 품성을 엿볼 수 있는데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는지는 애매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3부 에필로그에는 제브데트 씨의 손자인 화가가 보내는 1970년 12월 12일 하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부의 후반과 함께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2권>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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