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 스완네 집 쪽으로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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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스완네 집 쪽으로’의 2권에서는 프루스트가 경험한 당시 파리 사교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파리의 사교계는 유력한 집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식사를 하거나 작은 음악회를 열거나 혹은 대화를 하는 살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살롱끼리 드러내놓고 경쟁하는 분위기였던 모양입니다. 첫장면에 등장하는 베르뒤랭의 ‘작은 패거리’라고 하는 살롱은 베르뒤랭 부인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가입이 가능하며 눈 밖에 나면 초청받지 못해 강제 탈퇴되는 신세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사교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른 살롱에 눈길을 주는 경우도 신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추방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사이비교단의 교주처럼 신도들을 좌지우지하려 들었다고 하는데, 신도인 코타르 의사가 급한 환자 때문에 일어나려 할 때, “오늘 저녁 환자를 방해하러 가지 않는 게 환자를 위해 더 좋을지 누가 알아요? 선생님 없이도 오늘 밤 잘 지낼 거예요. 내일 아침 일찍 가 보면 병이 다 나을 거예요.(12쪽)”라고 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베르뒤랭 부인의 살롱이 주무대가 된 것은 1권에서 등장했던 스완씨가 부인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던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화자가 스완씨의 딸 질베르트를 사랑하게 될 뿐만 아니라 헤어진 다음에도 후반부에서는 절친한 친구 생 루와 결혼하기 때문에 관계가 이어지는 주요 등장인물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즉 1편의 2부 ‘스완의 사랑’에 등장하는 스완씨는 아버지의 연배에 해당되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화자가 삼자를 통하여 들었던 이야기를 정리해서 마치 본 것처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시간의 흐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는 점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분위기상 1편 스완네 집 쪽으로는 분위기로 보아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연령일 때의 이야기라고 보았습니다.

 

다시 살롱이야기로 돌아가서 당시 살롱에서는 남녀가 만나 관계를 맺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관계가 적절하거나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에 골인하거나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만나는 장소도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살롱의 주인이 남녀를 엮어주기고 하고 갈라놓기도 했다는 것인데, 바로 베르뒤랭부인이 스완씨가 부인 오데트와 엮이게 되는 기회를 만들어주었을 뿐 아니라 스완씨가 탐탁하지 않자 갈라놓으려 든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한편 스완씨의 아내가 되는 오데트는 화류계 출신으로 베르뒤랭부인의 살롱을 통하여 스완씨의 마음을 낚아 결혼에 성공한 이래 몇 차례의 결혼을 통하여 귀족의 칭호를 갖게 되는 대변신을 하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1편 2부의 스완의 사랑에서는 “그는 오데뜨가 자신이 욕망하던 여인이 아니라는 사실마저도 잊어버렸다.(71쪽)”고 할 정도로, 오데뜨가 처음 만났을 때 덤덤했던 스완씨의 마음을 낚아채고 자신에게 매달리게 만든 다음에 자신의 화류계 생활에 대한 풍문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성공하게 되는 과정을 구구절절하게 풀어놓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스완씨에게 오데트가 수많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정부였으며 자주 사창가에도 드나들었다는 제보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입니다.(288쪽)

 

그럼에도 그녀에게 넘어간 결정적 한마디를 소개해 드린다면, 자기 집에 왔다 간 스완씨에게 다음날 “왜 당신 마음은 두고 가지 않으셨나요. 마음이라면 돌려드리지 않았을텐데.(168쪽)”라는 편지를 보내는 사례라거나, 포르슈빌씨를 경쟁자로 내세워 질투심을 유발하게 하는 전략-여기에는 베르뒤렝부인의 결정적 도움이 들어갔다는 것입니다-을 구사하는 등입니다. 한 남자가 속절없이 한 여자에게 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순진한 남자들이 여성을 사귈 때 조심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가늠해보는 기회도 될 것 같습니다.

 

3부 ‘고장의 이름’ 편에서는 스완씨의 딸 질베르트와의 만남이 시작되는 과정을 소개하여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의 상권에서 다루는 질베르트와의 사랑이야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어떻든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는 쉽게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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