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나라에서 온 편지
월터 웽거린 주니어 지음, 이명 옮김 / 포이에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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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의 투병과 관련된 책에 관심을 두었던 적도 있었기는 합니다만, 최근 이 분야의 책에 다시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집안에 암환자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달포전 건강검진에서 위암이 의심된다고 해서 내시경검사를 받으셨습니다. 검사결과 위암이 확실해졌는데 수술을 받으셔야 하기 때문에 검사결과를 알려드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요즈음 위암은 새로운 치료방법들이 많이 개발되어 5년 생존율이 좋아졌기 때문에 위암 가능성을 담아서 수술을 받으셔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친구에게 수술을 부탁하고 날자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수술전 검사에서 폐에도 종양이 있고, 엉치뼈와 부신에 전이가 된 병소가 발견된 것입니다. 당연히 날자까지 받아둔 수술을 취소하고 폐종양의 조직검사를 했는데, 검사결과가 폐암으로 나온 것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진 것입니다. 일단은 폐암에 대하여 약물치료를 우선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건강하신 편이라서 약물치료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은 아직 없습니다. 여섯 차례로 예정된 항암치료를 어려움 없이 받으시고 위암에 대한 수술여부는 다시 결정하기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암치료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환자의 삶이 끝난 것처럼 비관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시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하버드대학의 혈액종양내과 제롬 그루프먼교수의 <희망의 힘; http://blog.joinsmsn.com/yang412/4861986>에서 읽었던 병리학의 조지 그리핀박사의 투병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아주 치료가 어려운 타입의 위암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조지박사는 “치료를 받아야 불필요한 고통만 더할 뿐이다. 나는 물론이고 식구들한테도 거기다가 뻔히 죽을 사람한테 왜 사회의 돈을 낭비하느냐”고 볼 수도 있는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랄 만큼 강력한 항암치료를 받고 살아남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치료에 임하는 환자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암의 나라에서 온 편지>는 집안 어르신처럼 폐암으로 진단받고 투병 중에 있어 더욱 관심이 가는데다가 목사라는 신앙인으로서 다른 암환자에게 암투병의 마음가짐을 예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암의 나라에서 온 편지>는언젠가는 자신이 암으로 죽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스스로의 이야기가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그들을 사랑하고 위로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이유로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가 쓴 스물 두 통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한 일이라는 것, 병으로 인해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지게 됩니다. “이 병이 두 번째 삶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게 하소서, 내 몸에서 자라기 싲가한 것들로 말미암아 내 삶이 새로워지게 하소서.(37쪽)”라고 기도하면서 몸에 생긴 암덩어리를 싸워서 이길 대상이 아니라 같이 살아갈 운명체로서 이해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환자인 저자가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또한 마음을 울리게 합니다. “이 편지는 친구들에게만 보내는 편지가 아니라네. 암이라는 모험에 뛰어든 환자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하는 의사들에게도 보내는 것일세. 자네가 의사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나? 자네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내게도 알려 줄 텐가? 자유와 지혜와 선택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을 내게 숨기려나? 의사들이여, 제발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시오. 자네들이 현명한 처신이라 여기고 지키는 침묵이 나의 위엄을 해치고 나의 지혜를 제한한다오. 내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지혜와 선택을 제한한다오. 자네들이 내게서 빼앗는 것은 절대로 작은 것들이 아니라오. 그건 마치 꼭 필요한 장기를 자네들 마음대로 잘라내는 것과 같다오.(123쪽)”

 

‘익숙해져라’ 환자의 선친께서 이른 대로 그리고 환자의 주치의가 이른 대로 암과 익숙해지시는 법을 깨닫게 도와드릴 계획입니다. 그리고 치료의 진행사항과 예후 등에 관하여 최대한 사실대로 전할 생각입니다. 그럼으로써 모든 일을 계획하신대로 처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은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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