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 세계인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전하는 희망의 초대장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4
류태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명진출판이 기획해서 내놓고 있는 롤모델시리즈로,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님의 오늘이 있기까지를 뒤쫓은 <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명진출판의 롤모델시리즈의 기획의도 가운데 울림이 있는 구절을 옮겨 봅니다. “어른들은 모두 할 일이 있습니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의 꿈을 보살피고 키워주는 일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세계인과 나란히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꿈을 크고 넓은 비전의 토양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롤모델시리즈에서 다룬 세계인의 면면을 보면, 미국대통령 오바마를 비롯하여 스티브 잡스, 워렌 버핏, 힐러리 클린튼, 오프라 윈프리, 후진타오 등 동서양을 망라해서 청소년들에게 삶의 등대가 될만한 분들을 다루어왔고, 한국인으로는 고 김수환추기경님과 반기문 UN사무총장님 등의 이야기를 내놓고 있습니다.

 

음악전문지 <객석>의 편집장을 지낸 바 있는 류태형님이 집필을 맡은 정명훈 지휘자의 이야기에서 진한 여운으로 남는 무엇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커다란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명화, 정경화, 정명훈으로 이루어진 정트리오는 음악을 잘 모르는 저도 잘 알고 있을 정도이며 이들의 형제들 역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이들의 음악적 재능을 일찍 알아챈 어머니의 헌신적 뒷바라지를 통하여 이들의 재능이 꽃을 피울 수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재정적 지원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의 음악에 있어 정신적 지주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열 네 살 때 시애틀에서 열린 첫 독주회에서 실수를 한 명훈에게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위로했다는 것입니다. “명훈아, 난 네가 단지 정확한 연주를 했다는 평을 받기보다는 실수를 하더라도 청중에게 감동과 설렘을 주는 연주를 했으면 좋겠다.(91쪽)” 이런 일화를 비롯하여 이 책에서는 특히 세계적 지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정명훈님이 걸어온 발자취는 물론 음악과 우리나라에 대한 그의 생각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연전에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서 막연하던 지휘자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구체화된 바 있습니다만, 프롤로그를 통하여 지휘자에 대한 인식이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휘는 우리가 말하는 리더십을 가장 잘 보여주는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휘는 정치와도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나라를 다스리는 일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공자가 설파했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가 적용되는 일입니다. 지휘자가 자기 소신을 수양하고 확고한 철학으로 음악을 해석해야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거대한 화음으로 열매를 맺게 되지요.(8쪽)”

 

다른 분야도 크게 다를 것이 없겠습니다만, 음악분야에서 세계적 인물로 자리매김하려면, 재능을 타고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과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욕심을 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때를 만나지 못해 화사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봉오리 상태로 져가는 인재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로 정명훈님이 시애틀에서 첫 번째 멘토 제이콥슨여사와의 만남이 그런 경우가 될 것 같습니다. 정명훈님의 어려운 집안형편을 고려하여 레슨비도 받지 않으면서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한 제이콥슨 여사는 “네가 단지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한다면, 나는 너를 가르칠 필요가 없고 너 역시 굳이 내게 배울 필요가 없단다. 연주 기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아주 많으니까. 그러나 네가 피아니스트를 넘어 음악가가 되고자 한다면 내 제자가 되렴.(68쪽)” 역시 좋은 선생님은 좋은 제자의 재능을 제대로 평가하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정명훈 마에스트로의 성공비결로 음악가로서의 한결같은 직업의식과 유연한 리더십을 꼽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바스티유 오페라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그의 명성을 알리게 된 데는 그의 인내심과 단원들과의 소통을 첫 번째로 삼은 그의 열린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실력있는 단원을 뽑기 위하여 단호한 선택을 했다는 점도 역시 주목할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파리의 바스티유 오케스트라, 로마 산타 체실리아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해오면서도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만큼은 잊은 적이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직을 잠시 맡게 되는 과정이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직을 맡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음악도 애국이 될 수 있다.(335쪽)’고 하신 독립운동가 외할아버지의 정신이 오롯이 그의 핏속에 살아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나라 혹은 단체보다 개인을 앞세우는 요즈음 젊은이들이 꼭 배웠으면 싶은 정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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