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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도시기행 - 역사, 건축, 예술, 음악이 있는 상쾌한 이탈리아 문화산책
정태남 글.사진 / 21세기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밀라노에서 가까운 휴양도시 스트레사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는 여행길에 도움을 준 책입니다. 저자께서 서문에 적은 것처럼 이탈리아 여행에 관한 책이면서도 여행정보 가이드북은 아니라서 자잘한 여행팁은 없어서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밀라노에서 빠트리면 억울할 중요한 볼거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챙겨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탈리아 도시기행>을 쓴 정태남님은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로마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국가 공인건축사 자격을 땄으며, 건축 이외에도 역사, 음악, 미술, 언어 등 다양한 문화와 예술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글을 써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11년 당시 주한 이탈리아 대사의 요청을 받아 기획한 것으로 30개 이상의 이탈리아의 대표적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한 원고들 가운데 엄선한 18개 도시에 대한 역사와 건축, 예술, 문화를 아우르는 내용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이탈리아 반도를 북부, 중부 그리고 남부로 나누어 대표적 도시를 우선 담고 있는데 이번에 다녀온 밀라노가 우선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밀라노에서는 단연 두오모가 우선 가볼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두오모광장 서쪽에 서있는 기마상이 통일 이탈리아의 빗토리오 이마누엘레2세라는 것, 광장 북쪽으로 갈레리아를 지나면 스칼라극장으로 연결된다는 것, 그리고 피나코테가 암브로지아나 박물관, 카스텔로 스포르쩨스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찌에성당, 성 암브로시우스 성당 등을 보아야겠다고 정리하였습니다만, 피나코테가 암브로지아나를 찾았을 때 다음 일정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에는 공공미술관은 모두 휴관이며 밀리노에서 꼭 보아야 할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월요일에 미술관이 휴관이라는 사실은 책에 적혀있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하루 여행에서 두오모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광장으로 올라선 순간 압도하듯이 우뚝 서있는 현란한 모습도 그랬지만, 군인들의 보안검색을 받고 들어선 성당 안에서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리둥절할 정도로 넘쳐나는 예술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였습니다. 두오모는 한 도시의 대성당을 일컸는다고 하는데 밀라노 두오모는 1386년 착공되어 19세기 초반에서야 현재의 모습으로 완공되었다고 하고 3500개의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다고 합니다.
‘역사, 건축, 예술, 음악이 있는 상쾌한 이탈리아 문화산책’이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이탈리아 도시건축물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억할만한 도시의 역사 그리고 그곳에서 볼 수 있는 미술 조각작품에 대한 뒷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눈길을 떼지 못할 정도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밀라노 갈레리아에서 볼 수 있는 황소 모자이크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처럼 간간히 숨고를만한 곳을 배려(?)하는 자상함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전공인 건축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아서, “브루넬레스키 이후 건축가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기술자’에서 ‘문화 창조자’로 바뀌게 될 정도 (…) 건축가를 의미하는 ‘아르키텟도(architetto)'는 사회적 존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177쪽)”고 적었습니다. 저도 제 전공과 관련하여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가 의사 및 약사 협회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사실(159쪽)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가본 곳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됩니다만, 학회에 참석한 다른 한국분은 그날 베네치아에 다녀온다면서 중앙역을 떠나더라구요. 다음날 아침에 만나서 베네치아 이야기도 들었는데, 부럽더군요. 베네치아는 이 책의 첫머리에서 소개되는 도시이기도 하지요. 저자가 밀라노 두오모를 찾아가는 길에 겪었던 위기(?)상황을 참고하여 조심한다 했지만, 저희도 밀라노중앙역 지하철에서 3유로짜리 표를 사면서 3유로를 팁으로 빼앗기는 꼴을 당했답니다. 눈뜨고 코 베어가는 곳이더라구요. 수업료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에 필요한 정보는 별도의 가이드북을 통해서 얻더라도 방문도시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명소와 얽힌 이야기를 챙기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두어야 할 책으로 추천합니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한 가지 더, 맛갈스러운 이야기에 더하여 넉넉하게 넣은 사진들은 하나같이 꼭 그 장소에서 찍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