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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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독자층이 탄탄하다는 요시모토 바나나씨의 소설을 처음 만났습니다. 다섯 편의 단편을 묶은 <막다른 골목의 추억>인데, 재미있는 것은 다섯 편의 단편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라고 할 수 있는 청춘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목에서 받는 인상처럼 삶이 막다른 골목에 갇힌 것만 같은 상황에 봉착한 인생들이라는 공통점에, 저자는 이들이 어떻게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인생길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한폭의 수채화 그리듯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다섯 여인의 다섯 색깔의 사랑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첫 번째 이야기 「유령의 집」의 남녀 주인공은 롤케익점을 하는 남자친구와 가족레스토랑을 가업으로 하는 여자주인공의 특징없는 생활 자체를 ‘막다른 골목’으로 인식할 수 있읗 것 같습니다. 가업 이어받기를 거부하는 남자주인공과 역시 가업 이어받기를 거부한 오빠 덕분에 가업을 이어받게 될 여자주인공이 우연히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고, 일상을 탈출하기 위하여 파리로 유학을 떠나는 남자주인공과 헤어지기 전에 잠자리를 같이 하지만 미래를 서로를 구속하는 약속은 없습니다. 다만 이들이 잠자리를 같이 하는 장소인 남자친구의 숙소에서 나타나는 노부부 유령의 모습에서 무색무취할 정도로 일상적인 생활도 하나의 삶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하겠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엄마!」에서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소녀가 역시 아무 것도 할줄 아는게 없는 엄마로부터 받은 학대가 마음 한켠에 쌓여있는데, 어느 날 사내 식당에서 주문한 점심에 넣은 독극물(사실 음식에 넣었다는 감기약은 안전영역이 넓은 편이라서 건강에 심각할 정도의 부작용이 생기려면 상당한 양을 복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적절한 설정이라고 보기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을 복용한 여자 주인공은 병원에 실려가 위세척 등 응급가료를 받고 퇴원하게 됩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여자 주인공은 어릴 적 엄마로부터 받은 학대와 그 사건으로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서 형성된 보호본능이 발동되는데 퇴원하고서 복귀한 회사업무 상 만난 사람의 지나치다싶은 관심에 다시 보호본능이 표출되면서 감정조절에 혼란을 겪게 되는 ‘막다른 상황’에 봉착한다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는 남자친구의 무심한 듯한 격려가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가장 짧은 스토리 「따뜻하지 않아」는 어린 시절 부잣집 이웃에 사는 남자아이와 함께 했던 기억에 붙들려 있는 여성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널찍한 자기 집보다도 헌책방 2층에 있는 여자아이의 집을 더 좋아했던 남자 아이는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가정부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갔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생모에 의하여 납치되어 죽음을 맞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에 맞은 갑작스러운 이별은 오랫동안 여자아이를 미로 속에 밀어 넣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거의 기억과 어떻게 화해하는지 또 다른 해결방안은 없었는지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남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외도와 부모의 이혼, 그리고 10대 시절 소꿉친구에 의해 강제로 관계를 맺는 등 여자 주인공의 삶은 이미 뒤틀려져 있었다고 할 수 있는 「도모 짱의 행복」에서는 5년여의 기간을 바라보기만 하는 짝사랑이 이루어질까 하는 기대를 걸게 하고 있습니다. 짝사랑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우리들의 편견을 작가가 속 시원하게 깨트려 주었으면 하는 강한 바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마음에 담았던 짝사랑을 이루지 못한 저의 아픈 기억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쉬운 점은 유독 이 작품에서만 작가가 소설가로 등장해서 소설 속의 소설로 만드는 결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말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열린 결말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상처를 담고 사는 여자 주인공이 이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결말로 덧붙이고 싶어집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약혼한 남자가 떨어진 곳으로 근무를 떠나게 되면서 조금씩조금씩 멀어지다가 결국은 다른 여자가 생긴다는 끔찍한 상황이 ‘막다른 골목’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단숨에 읽었습니다. 그만큼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탓도 있겠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고, 좋은 도움말을 주고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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