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의 과학 - 지금까지 당신이 몰랐던 사랑의 진짜 얼굴
타라 파커포프 지음, 홍지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장성해서 짝을 지워주어야 할 때가 되어서인지 친지의 결혼식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만나는 여자친구도 없는 눈치라서 좋은 배필을 만나는 일이 신경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도 부전자전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주팔자와 궁합을 보러가게 될지도 모릅니다만, 사실 그렇게 믿지도 않으면서 소리가 나올까봐서 궁합을 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결혼을 가장 기본적 요소들로 해체해서 특정 결혼이 성공할지 아니면 이혼으로 끝날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8쪽)”는 주장을 듣게 되니 혹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바로 타라 파커포프가 쓴 <연애와 결혼의 과학>입니다. 가장 불확실한 미래라고 할 수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삶을 같이하는 일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은, 다양한 영역에서 과학적 접근이 가능해진 이 시대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온 자신의 결혼생활이 17년만이 파경으로 끝나게 된데 충격을 받고, 의학과 사회과학 부문에서 결혼과 부부관계에 관한 연구성과를 찾게 되었고, 그것들을 분석하여 어떤 부부관계가 지속될지, 어떤 사람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애쓸지 보다 잘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잘 알았더라면 부부의 한계를 깨닫고 닥쳐올 갈등을 예고하는 징후를 일찍 파악하고 파경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서문에 이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해두었습니다. “이 책의 각 장에서는 일부일처제, 사랑, 성, 자녀, 금전문제, 가사, 갈등 등 결혼의 다양한 측면에 숨은 과학을 살펴본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결혼의 과학을 실천 가능한 실용적 조언으로 풀이해서 결혼의 건강 상태에 대해 처방을 내리고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12쪽)”라고 했으니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글 ‘결혼을 둘러싼 숫자들’은 ‘통계 수치에 감춰진 진실’이라는 부제처럼 주로 언론에서 전하는 결혼에 관한 사실이 왜곡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예를 들면 이혼율에 관한 기사를 보면 언제적 자료를 인용하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최근 들어 결혼한 커플의 이혼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이혼한 커플을 결혼시기별로 구분하여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가까울수록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정신적으로도 성숙되고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상태에서 결정한 결혼이 파경을 맞을 확률이 낮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결혼을 미루다가 혼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19세기말에 이미 이런 사회적 현상을 예견한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결혼의 진정한 단점은 그것이 자아를 잃게 만든다는 데 있다. 자아가 지워진 사람은 색깔이 없는 사람이다. 이들에게는 개성이 없으니까.”라는 결혼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적으로 분석해볼 때, 결혼은 분명 장점이 많은 사회적 유산이라는 것입니다. 결혼을 하면 쓸 수 있는 재원이 두 배가 되며,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긴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성관계도 자주 하게 되고, 잠도 더 잘 자고, 정신적 신체적 건강도 더 좋아지므로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중요한 내용은 결혼생활의 위기에 대처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는 ‘제2부 나쁠 때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만한 결혼생활에 위기가 될 수 있는 적신호를 어떻게 알아챌 수 있는지, 그리고 부부사이의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역시 과학적 근거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법에서 의외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인의 이혼을 연구한 마비스 헤더링턴은 결혼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는데, 그 가운데 남편이 생계를 책임지고 아내는 전업주부인 ‘전통적 결혼유형’에서 이혼률이 가장 낮았고, 부부로서의 정체성과 독립적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잘 조화시키는 ‘따로 또 같이 유형’이 뒤를 이었는데, 이 경우는 우리보다 나를 중요시하면 이혼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한쪽(주로 여성)이 결혼생활의 문제점을 따지고 다른 쪽이 물러서는 ‘추격자-도망형 유형’에서 결혼만족도는 가장 낮고 이혼율은 가장 높다고 합니다. 그밖에도 각자 자족적인 두 개인으로 구성되는 ‘이심개체 유형’은 많이 다투지도 않으며 일상적으로 서로가 필요하지도 않는 타입이고, 오페라처럼 극적이고 기복이 심한 ‘오페라 유형’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며 부부싸움을 성관계로 해소하는 경향이 커서 성만족도는 가장 높다고 합니다.

 

저자가 종합한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가 행복을 유지하고 부부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일곱 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쁜 소식은 나누고 함께 기뻐하라, 2) 결혼생활의 황금비율을 터득하라, 3) 높은 기대수준을 유지하라, 4) 가족과 친구에게 관심을 쏟으라, 5) 배우자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6) 따지지 말고 그냥 하라, 7) 연애 감정의 불씨를 되살려라 등입니다.

 

결혼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이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는 부부들 모두가 참고할만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조언서라는 점에서 일독을 권합니다. 참, 이 책은 커플이 같이 읽으면 더욱 효과적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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