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책을 완독했습니다. 책의 두께와 가격 때문에 서대에서 들었다 놓기를 몇 해 동안 반복했던 것인데 아내의 부탁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였습니다.

 

UCLA대학의 재레드 다이아몬드교수가 각 대륙에서의 진행되어온 다양한 인종의 흥망사를 ‘총, 균, 쇠’로 요약한 식량과 가축의 확보, 집단거주화 과정에서 발전한 병원균, 그리고 언어를 비롯한 과학적 발전 등을 종합한 우열의 차이가 존망의 차이로 이어졌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사실 752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가운데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내용은 ‘과학으로서의 인류사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된 에필로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에필로그에 담은 그의 결론부분을 설명하기 위하여 인용하고 있는 방대한 자료들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분적으로는 그의 설명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점도 있습니다만, 핵심논지는 충분히 논리적이어서 수긍할만하다고 하겠습니다.

 

인간이 유인원류로부터 진화되어 나온 이래 현생인류에 이르기까지의 발전해온 궤적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생물학적 차이보다는 환경적 요소의 차이가 집단의 흥망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환경적 요소들도 무수히 많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차이를 4가지 정도로 요약한다면, 각 대륙에 서식하고 있던 야생동식물 가운데 가축화하거나 작물화가 가능하였는가 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즉, 채집경제보다는 식량을 생산하여 잉여식량의 축적이 가능한 사회가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잉여식량을 확보한 집단보다는 식량이 부족한 집단이 잉여식량을 가진 집단을 공격하여 식량을 탈취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는 역사적 증거는 멀리가지 않더라도 한반도에 자주 출몰하던 왜구의 사례를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잉여식량을 확보한 집단에서는 잉여식량을 제공받으며 집단의 사회적 발전을 위한 일에 종사하는 자들, 예를 들면 정치가, 발명가, 학자, 예술가 등등이 많아지게 되고, 이들의 노력은 집단의 문화적 파워가 될 뿐 아니라 토기, 석기에서 철기문명으로 이행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무기체제의 발전으로 이어져 비교 열세에 있는 집단을 복속시키거나 심지어는 멸망에 이르도록 하였다 하겠습니다.

 

인류사적으로 가축화와 작물화가 가능한 동식물의 부존이 대륙간에 차이가 있었던 이면에는 가축화 혹은 작물화를 시도하기 이전에 해당 대륙에 거주하는 집단이 포획대상의 멸종을 고려하지 않고 남획한 것도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인근으로부터 자원을 들여올 수도 있었을 것인데, 각 대륙의 특성을 보면, 유라시아대륙은 동서축을 중심으로 이동이 쉬운 구조인 반면, 아프리카나 남북 아메리카의 경우는 남북축을 중심으로 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문명의 확산속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물의 경우 같은 위도 상에서는 물의 공급 이외의 일조량이나 기온 등의 요소들이 유사하기 때문에 큰 노력없이 농사법이 확산될 수 있겠으나, 남북축으로는 일조량을 비롯한 기후요인으로 작물자체의 적응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한계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입니다. 여기에 각 대륙 사이에 존재하는 바다라는 제한요소가 작물이나 가축의 확산을 저지하는 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바다를 건너는 기술을 확보한 집단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각 대륙의 면적과 전체 인구의 규모와 이들의 통합 여부가 결정적 요인이라 하겠습니다. 나머지 대륙과는 달리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지역은 지역의 통합이 일찍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집단 사이의 갈등과 경쟁이 사라지면서 집단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 중세 이후의 대륙간의 힘의 균형이 깨지는 요인이 되었다는 논리는 지금까지의 대륙간의 문명의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근세에 유럽사회가 다른 대륙을 침략하는 과정에서 병원균을 확산시키는 효과에 편승하여 해당지역의 거주하는 집단이 크게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았음을 다양한 사료를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명의 흐름에 병원균이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향후 인류사적 흐름에 병원균이 기여할 수 있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언어와 문자의 보유 유무가 집단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집단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지식산물들이 기록으로 후대에 전해지지 않는다면 집단의 문명적 힘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외래의 언어 혹은 문자를 습득하기 위하여 힘을 쏟아야 하는 만큼의 투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지적산물이 전승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든, 고고학, 인류학, 분자생물학, 언어학 등 다양한 영역의 방대한 연구성과를 아울러 분석하고 큰 흐름을 도출해낸 저자의 통찰에서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내다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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