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와 그 적들 2 - 이데아총서 14
칼 R.포퍼 지음 / 민음사 / 198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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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가 히틀러의 제3제국이 유럽사회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 모습에서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분명히하려는 목적으로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쓰게 되었다는 말씀을 전편의 리뷰에서 드렸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826263, http://blog.yes24.com/document/6501974). 제3제국이 저지른 아리안족 우월주의는 대표적인 닫힌 사회라고 할 종족중심주의라 할 수 있습니다. 포퍼는 전편에서 플라톤이 이상적인 국가체계라고 주장한 참주정치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을 고착화하고 사회구성원 간의 불평등이 필연적인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당시의 사료들을 인용하여 지적하고 있습니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 후편은 헤겔철학과 마르크스철학에 담겨진 열린사회에 반하는 요소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포퍼가 과학적 분석을 통한 예측과는 달리 역사의 분석을 통하여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점이 헤겔과 마르크스의 역사주의의 문제점이라 지적하고 있습니다. 헤겔의 역사주의의 뿌리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지나 플라톤에 이르고 있다는 것인데, 전통 그리스철학은 페리클레스와 소크라테스 그리도 데모크리토스 등의 위대한 세대를 지나오면서 열린사회를 지향하던 사상적 흐름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닫힌사회로 물꼬가 바뀌게 되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헤겔의 역사주의는 세계의 진행의 추세가 이데아로부터 멀어지는 하강하는 것이라고 한 플라톤과는 달리 낙관적이었다고 포퍼는 보고 있습니다. 변증법의 논리로 보아도 인간의 역사는 스스로를 창조하면서 움직여 나아간다고 하였습니다. 각 단계는 앞단계를 넘어서 완전에로 점점 접근해가고 있기 때문에 진보의 법칙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민족은 역사무대의 전면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나라와 투쟁함으로서 자기의 개별성을 증명할 수 있고, 투쟁의 목적은 세계의 제패라 할 것이므로, 전쟁이 모든 것의 아버지라고 믿었다는 것입니다(70쪽).

 

헤겔이 프러시아의 후원을 받으면서 독일민족주의를 지지하는 철학적 논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포퍼의 시각에서 헤겔은 열린사회의 적으로 지목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정신적인 것은 잠재적 조직의 본질적 기초이다. 그리고 철학은 그로 인해 지배적인 것이 되었다. 프랑스 혁명은 철학으로부터 나온 결과라고들 말하며, 철학이 세계의 지혜로 묘사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철학은 그 자신에 있어서, 그리고 독자적으로 진리일 뿐 아니라 세상사에 반영된 진리이다. 그러므로 혁명은 철학으로부터 그 첫 동력을 얻었다는 주장에 반대해서는 안된다.(90쪽)” 헤겔은 프랑스혁명의 기저에는 철학적 논리가 자리잡고 있었음을 깨달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후편의 상당부분을 마르크스주의의 비판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철학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칭찬하고 있지만, 이를 확대하여 사회현상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마르크스주의는 본질적으로 사회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려는 하나의 과학적 방법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르크스가 자신의 철학적 논리를 세우던 당시 유럽사회는 산업혁명이 일어나 장원이 무너지고 도시로 유입된 노동자들이 형편없는 대우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는 주장할 여건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마르크스의 철학은 참된 인도주의적 운동으로 승화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나라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마르크스의 사상은 유럽사회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마르크스철학이 나오면서 자본주의에서 종속적 존재에 머물던 노동계급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분명 인정받아야 할 점이 있다는 공적을 포퍼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마르크스철학에 따라서 계급투쟁이 혁명으로 발전한 것은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있던 유럽사회가 아니라 러시아였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의 계급론에 대한 포퍼의 비판은 혁명을 통하여 주도권을 장악한 계급은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점을 설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배계급 내부에서도 이익을 두고 갈등과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통하여 역사를 예언하려 했던 마르크스가 실패한 것은 역사주의의 빈곤에 있다고 포퍼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포퍼는 마르크스가 주장한대로 방만한 자본주의제도가 정의롭지 못하고 비인간적임은 인정하고 있으나, ‘자유의 역설’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자유가 제한되지 않을 때 자멸한다는 점에서 자유를 자율적으로 제한하는 조처를 도입함으로써 자멸을 피하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급진적 혁명을 통하여 유토피아적인 사회를 구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 포퍼가 제안하는 대안은 점진적 사회공학적인 접근방식입니다. 국가에서 적절한 수준에서 간섭하는 것인데 제도적인 측면과 대인적 측면에서 간섭이 가능할 것이라 합니다.

 

역사주의에 대한 포퍼의 비판의 핵심은 다음 구절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의미의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인류의 역사>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인류의 역사>라고 말하는 것은 실상은 <권력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권력의 역사는 국제적 범죄와 대량학살의 역사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인류의 구체적 역사가 있다면 사람들 모두에 관한 역사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모든 것을 적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란 없다.(357쪽)”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전편의 경우는 이한구교수님이 1998년에 번역소개된 이후 주석을 추가번역하고 보완하여 2006년 개정판이 나왔지만, 후편의 경우 이명현교수님의 번역으로 소개된 이후로 아직 보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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