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사무실에서 가까운 낙성대입구에 있는 중고서점을 찾아갔습니다. <흙서점>이라는 이름의 이곳은 회사의 사보에서 소개되어 알게 되었는데, 마침 예스에서 절판된 책을 구하고 있어 가까운 곳에 중고서점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출장에 회의 등 업무가 겹치는 바람에 막상 찾아가기까지는 시일이 적지 않게 걸렸습니다.
대부분 신간 위주로 책을 읽고 있고 고전이라고 할만한 책들은 꾸준하게 팔리는 경향이 있어 절판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는 분야의 책을 예스에서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아쉽던 참입니다.
저같은 사람들에게 중고서점은 크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삼국이전의 고대사에 관심을 가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읽을만한 책들을 서점에서 구할 수 없어 결국은 청계천 중고서점에 나가서 구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전자책이 신세대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만, 아무래도 아날로그 세대라 할 제 경우는 여전히 종이책이 읽기에 더 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흙서점을 운영하시는 분은 저처럼 구하기 힘든 종이책을 찾는 분들을 위하여 자그마한 공간을 열고 계시다고 합니다. 아마 저 같은 분들이 많이 찾으시는 모양입니다.
낙성대역 4번 출구에서 봉천4거리 방향으로 조금만 나가면 큰길가에 있는 흙서점을 금새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게 앞에 헌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가게 양편으로 나있는 문 가운데 어느 쪽으로 들어가도 좋습니다만, 문에 들어서자 눈앞을 가득 메우고 쌓여 있는 책들에 압도될 수밖에 없습니다. 잠시 둘러보다가 아무래도 사장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들고 간 목록에는 모두 다섯 권의 책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에 속으로는 몇 권이나 건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참 이곳저곳으로 책을 찾아다니시던 사장님께서 엄청 미안한 표정으로 모두 찾을 수 없다고 건네 드린 쪽지를 되돌려 받으면서 낙담하고 말았습니다. 점심도 거르고 일부러 찾았는데 성과가 없으니 갑자기 시장기가 몰려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장기보다는 구하는 책을 구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제가 이날 구하려 들고 간 목록에 담겼던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혹시 양도가 가능하신 분이 계시다면 좋겠습니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어빈 얄롬 지음, 임옥희 옮김, 리더스북 펴냄
이규태 코너 1; 눈물의 한국학; 이규태 지음, 기린원펴냄
칼 포퍼: 그의 과학철학과 사회철학; 브라이언 매기 지음, 이명현 옮김, 문학과 지성 펴냄
고양이 요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아이필트 펴냄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전국편; 김영록 지음, 터치아트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