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힘 2 밀리언셀러 클럽 125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뉴욕출신 칼란이 우연히 조직원을 살해하고 쫓기지만 결국은 조직을 장악하게 되고 전문킬러가 되는 과정을 거쳐 바레라 카르텔의 조직을 지키는 역할을 떠맡게 됩니다. 이 과정에 아트와는 다른 정부조직에 속하고 있는 스카키의 조종을 받게 되는데, 스카키는 베트남전쟁에서 아트와 같이 일한 동료였습니다. 또 하나의 주인공 노라는 고급 매춘사업을 하는 헤일리의 눈에 띄어 철저한 교육을 받고 헤일리의 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박경리선생님의 <토지>를 읽으면서 놀랐던 점은 등장인물의 방대함과 그토록 많은 등장인물이 촘촘히 엮여서 관계를 맺고 대단원의 결말에 이르면서 한치의 빈틈이 없어 정교하게 물려가는 점이었는데, 돈 위슬로의 <개의 힘>을 <토지>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적지 않은 등장인물이 잘 배치되어 관계를 맺고, 심지어는 그들의 죽음까지도 정교하게 계산되어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트와 아단, 아단과 노라, 아단과 칼란 그리고 칼란과 노라 이들은 적절한 타이밍에 수인사(?)를 하고 모두들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더욱 극적인 것은 멕시코의 풀뿌리민중을 사랑하는 후안신부가 주인공 4명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고, 그의 죽음, 사실 누가 그를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는 이야기가 끝나도록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후안신부가 중남미 마약카르텔과 반공산주의투쟁을 조정해온 미국 정부의 특수팀의 조정에 의하여 살해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라는 정신적으로 사랑하는 관계였던 후안신부를 죽인 사람이 아탄이라고 믿게 되고 그를 몰락시키기 위하여 아트와 협력하게 됩니다. 아트가 자신을 이용해서 기왕의 마약조직을 소탕하고 새로운 구축한 바레라 카르텔에 대한 분노는 어쩌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범죄조직을 도와준 꼴이 되고만 스스로에게 절망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사가 스스로의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라는 상황이 그리 드물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런 경우 상황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겠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돌아가는 상황에 그대로 따르십니까? 어쩌면 아트는 결벽주의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었을 적 전도유망한 복서를 키워 세계챔피언을 만드는 꿈을 꾸었던 아단이 고향에서 마약농장 단속반에 걸려들어 사선을 헤맨 끝에 아트 덕분에 목숨을 구하면서 티오의 바레라 카르텔에 가담하고 결국은 파트론이 되고 자신의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모두 제거하는 악의 화신이 되고 마는데, 이런 과정을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단은 숫자를 믿고, 과학을 믿고, 물리학을 믿었다. 바로 이 순간, 아단은 악의 본성을 깨달았다. 악은 추진력이 있어서 일단 시작되면 멈출 수 없가 없었다. 물리학의 법칙이다.(124쪽)”

 

아단과 게로 멘데스가 조직의 생존을 건 대결을 펼치는 과정에서 중재에 나선 후안신부가 살해되는데, 아단의 측근인 파비안이 그 일을 떠맡았고, 파비안은 누구로부터 명령을 받았는지 분명치 않습니다. 후안신부가 저격을 당해 쓰러진 현장에 있던 칼란은 신부가 남긴 “당신들을 용서하겠고. 하느님은 당신들을 용서할 것이오(228쪽)”라는 마지막 말의 의미를 깨닫고자 조직을 떠나 술에 빠져 숨어살게 됩니다. 아무리 적을 사랑하라 했지만,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까지도 용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후안신부가 남긴 한 마디는 결국 칼란의 마음을 움직였고, 노라의 마음을 굳게 만들어 이 스토리의 결말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용서가 무엇이었을까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개의 힘’은 무엇일까 입니다. “확실히 아트의 내면에도 잠재되어 있었다. 개의 힘.(55쪽)” 아단의 내면에도 잠재되어 있는... 개에 대한 이야기는 다르게도 표현됩니다. “케르베로스는 파수꾼이 아니라 안내자였다. 헐떡이고, 이를 드러내고, 혀를 늘어뜨린 채 당신을 악의 세계로 초대하려고 안달을 내고 있는 안내자. 그리고 당신은 결코 저항할 수 없다.(343쪽)”

 

첨단과학을 활용하는 시대에서 치루는 전쟁은 역설적이게도 디지털로 무장한 상대에게는 오히려 아날로그 방식이 더 효과를 보는 경우를 봅니다. 베트남전쟁에서도 디지털로 무장한 미국이 아나로그방식으로 파고든 월맹군에 결국은 손을 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소설을 리뷰하면서 시시콜콜 스토리를 요약하면 스포일링이 될 것 같아 제게는 특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흐름을 소개하지 않고는 심심한 리뷰가 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중요한 포인트는 요약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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