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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 - 《아직도 가야 할 길》 스캇 펙 박사의
M. 스캇 펙 지음, 신우인 옮김 / 포이에마 / 2012년 2월
평점 :
누구나 죽음 이후의 세계가 궁금하지만, 죽음 이후의 세계가 어떤지 알 수 없는 것은 그곳을 다녀온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간혹 사망선고를 받았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임사체험을 통하여 죽음이후의 세계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과연 그것이 진실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미국 ‘유체이탈 체험 연구센터’의 마이클 라두가 소장은 “실험자들은 빛의 터널을 통과하거나 사망한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면서 “임사체험은 자각몽으로 판단되며 사후체험의 증거는 아니다.”고고 밝혔습니다. 또한 임사체험에 대한 연구를 해온 영국의 케롤라인 와트 박사는 “사람들이 밝은 빛에 이끌려 다른 세상을 봤다는 증언은 자기 세포의 죽음으로 인한 뇌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화상으로 변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며 세포가 죽는 것에 의해서 강한 빛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은 안락사에 관한 내용을 담은 <영혼의 부정: http://blog.joinsmsn.com/yang412/6647855>을 읽고 친숙해진 스캇 펙 박사가 그려본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임사체험자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다니엘 터핀이 죽음을 넘어 경험하는 사후세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죽음 이후에 어두운 터털에 빨려들어갔다가 멀리서 다가오는 빛을 향해 이동하는 동안 일생을 돌아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서술은 임사체험자들이 일관되게 전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그가 도착한 세상은 아무런 장식도 없는 조그만 초록색 방이었고, 이어서 나타난 남녀 영접관으로부터 사후세계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그곳은 독특한 곳이기도 합니다.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 현세와는 달리 이곳은 물질이 없고, 공간도, 시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만으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종교가 지옥과 천국을 이야기합니다만, 스캇펙박사의 사후세계에서는 모든 영혼들이 지옥과 천국 그리고 연옥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자유대원칙>과 <불간섭대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대원칙>은 타인의 일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불간섭대원칙>을 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인류의 삶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스캇 펙박사는 독특한 우주시원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신보다 3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메리 마르타를 만나게 된 다니엘 터핀이 아내와 함께 도착한 곳은 낮과 밤, 빛과 어둠이 분리되지 않은 곳, 즉 창조 이전의 태초입니다. 신학자로서 창조론을 지지하는 입장인 터핀이 모든 영혼이 창조 이전의 태초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가 신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핀은 사탄의 유혹에 이끌리는 위기를 맞게 되면서 절대자인 신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것을 보면 모든 영혼을 주재하는 신이 존재함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또한 아내와의 만남을 통하여 사후세계에서 자신이 맡게 될 역할이 영혼창조의 과정을 연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영혼창조를 통하여 인간이 끊임없이 진화하게 된다고 하면서 진화가 우연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진화는 우연의 산물이라는 점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이 만드셨지만, 환경에 적응하면서 자체적으로 진화하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가 조금씩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거예요.(195쪽)” 창조론을 수정보완하는 논리로 보입니다.
번역하신 신우인목사님은 스캇 펙박사가 이책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육체가 죽은 후에도 계속되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인가를 전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현세에서처럼 홀로 힘들게 가는 길이 아니라서 절대자의 무한한 사랑과 끝없는 배려 가운데 이루어지는 자각과 성장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영혼이 그런 길을 가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곳에서도 집착에 매달려 스스로를 좁은 공간에 밀어 넣는 부류의 영혼이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