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명동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서점인 명동서점이 문을 닫았더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명동에서 누군가 만날 약속을 했는데 시간이 남았을 때 새로 나온 책도 구경하고, 미처 눈에 띄지 않았던 책을 손에 넣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아내와 인연이 엮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때만 해도 새로 나온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릇처럼 서점에 들르곤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에야 신문, 방송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통하여 얼마든지 새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서점보다는 인터넷이 편리하다는 생각이 굳어진 탓에 서점에 나가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또한 대형화된 서점들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힘들어진 탓에 하나 둘 문을 닫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아직도 동네서점이 두어 곳 남아 있습니다만, 참고서의 판매에 의존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지난 달에 학회참석차 동경에 갔을 적에 거리에서 새롭게 느낀 점은 조그만 서점들이 참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점에 따라서는 DVD나 성인용 만화를 주로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만, 학술서적을 파는 조그만 가게에서부터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 보이는 가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점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새 책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인기몰이를 하는 책들에 대한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가지 인터넷에서는 책 내용의 일부라도 직접 읽어보고 선택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서가에 전시되어 있는 책들을 살피다가 눈길이 가는 책을 뽑아서 목차와 머리말을 읽고 다음에는 본문을 조금 읽다보면 흥미가 일어 책을 사게 되는 아날로그적인 추억이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