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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힘 - 상처를 어루만지는 눈물 치유 심리학
강선영 지음 / 아우름(Aurum)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손수건을 지참하고 영화관을 향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컴컴한 극장 안에서는 여성은 물론 남성도 눈물을 흘려도 남의 눈치를 볼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때는 TV에서 하는 드라마도 눈물을 찔끔거리게 만드는 슬픈 장면이 꼭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영화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역시 시청자의 분노를 끓게 만드는 막장드라마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야말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코미디가 한물가고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웃음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사라지는 개그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눈물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눈물이 가지는 위대한 힘을 잊어가는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을 통하여 상처받은 이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고 이들을 위로해온 강선영박사가 심리상담을 통하여 경험한 눈물의 치유효과를 <눈물의 힘>에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평소 잘 웃는 사람이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는 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얻은 경험을 한번씩은 하셨을 것입니다. 마음에 쌓이는 불안과 욕구 역시 울음을 통해서 풀 수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울지 않는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눈물이 막히면 마음이 황폐해진다’, ‘눈물 그후, 빛나는 나를 만나다’라는 세 가지 제목으로 나누어 놓은 자신이 살면서 부딪힌 정신적 갈등을 울음을 통하여 풀어낸 이야기를 중심으로 상담을 통하여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 문제를 해결했던 사례들을 접목하여 눈물의 치유효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이 어린 시절 저자에게 정신적 상처가 되었고, 그 영향은 자신의 자식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더라는 고백하기 어려운 자신의 성장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커오면서 눈물흘리는 행위가 죄악인 것처럼 강요받으면서 자랐던 기억 한 자락 정도는 마음 구석에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특히 야단을 맞을 적에 울면 당장 그치라는 다그침을 받았을 것입니다. 헷갈리기는 합니다만, 시끄럽거나 꼴보기 싫으니 우는 것을 멈추라는 것이지 눈물을 그치라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소리내어 우는 것은 자의적으로 멈출 수 있지만, 눈물을 감정적인 것이라서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요?
돌아보니 저는 그나마 눈치를 보는 편이라서 거의 맞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형제들이 어렸을 적에 어머니한테 많이 맞으며 자랐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여쭈어보니 아들만 넷을 키우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만, 형제 중 누구라도 맞는 상황은 온 집안에 공포분위기로 몰아넣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들으면서 코를 훌쩍거리는 정도가지고 사내 녀석이 칠칠맞다고 핀잔을 주시지는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눈물이 흔한 편이었습니다.
저자는 상담심리치료센터를 찾는 사람들에게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게 형성되어 있어 정신과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심리치료센터를 찾는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환자들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진단을 내리고 심리치료를 해오고 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우려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심리상담과 전문적인 정신과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계가 모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일단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환자는 정확한 진단과 상담치료 이외의 약물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신과전문의를 만나도록 해야 할 것이라 보입니다만, 그런 과정에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저자는 상담을 통하여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그 아픔을 눈물로 치유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기억이 구조적으로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을 최근에 읽고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대니얼 샥터 지음,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 http://blog.joinsmsn.com/yang412/12562617). 그 가운데 상담자의 유도질문이나 암시 등을 통하여 피상담자의 기억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심각한 오류를 낳은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저자도 혹시 피상담자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이런 오류를 범한 사례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저자의 추론 가운데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부분도 있었다는 점도 적고자 합니다.
집안에 정신과를 전공하신 분이 계셔서 정신과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 분으로부터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다는 말씀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눈물의 힘>에서 인용하고 있는 사례들은 모두 눈물을 통해서 치유에 성공하고 있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일방적인 신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치유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에 관한 설명도 어떤 사례에서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았다는 경우도 있었지만, 몇 년에 걸쳐 센터를 다니는 환자도 있어 치료비용은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정신요양기관을 방문하는 경우는 건강보험이나 정부의 의료부조를 받아 비용부담을 대폭 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모두 울음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눈물이 정신을 맑고 건강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특히 상실의 아픔을 녹이는데 울음만큼 효과적인 치유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아픔을 마음 한켠에 꾹꾹 눌러두면 결국에는 마음의 병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