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의 성경이야기 - 오리토리오와 구약성경 음악학연구소 총서 108
허영한 지음 / 심설당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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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허영한 교수님께서 쓰신 <헨델의 성경이야기-오라토리오와 구약성경>을 이번 동경 출장길에 들고 갔습니다. 저자께서 직접 사인까지 하셔서 초등학교 동창인 제 아내에게 주셨다는데 제목에서 음악과 성경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겠다 싶어 읽기에 부담스러웠던지 오랫동안 서가에 꽂혀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허교수님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 어렵게 느껴지던 음악 이야기나 성경이야기를 평상시에 쓰는 말투로 쉽게 풀어내고 있어 눈길을 붙드는 대목이 별로 없어 술술 읽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 전공분야와 관련된 책을 두어권 세상에 내놓았습니다만, 전문가들이 책을 쓰면서 읽으시는 분들이 마치 동료들처럼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헨델하면 음악의 어머니라고 부른다는 것, 메시아, 왕궁의 불꽃놀이 등을 기억할 정도로 고전음악에 문외한인 제가 오라토리오와 헨델에 대한 많은 지식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헨델은 독일 작센주에서 활동하던 성공한 외과의사인 아버지와 루터교 목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1685년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부모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음악공부를 하게 되었고 작센주 할레에서 함부르크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음악공부를 계속하여 크게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1710년 하노버로 귀환하였다가 런던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영국의 음악애호가들이 원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있어 당시 이탈리아어 가사의 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영국음악계에 영어가사로 곡을 써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또한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새로 치면 아이돌음악에 비유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헨델은 오페라와 같은 대규모 작품을 작곡하여 무대에 올리는 한편 대중음악도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헨델이 종교음악(오라토리오)를 작곡했다는 사실을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헨델의 작곡연보에는 모두 30여편의 오라토리오가 있고, 그 가운데 15편이 창세기로부터 신약성경에 이르기까지 성경을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교회활동에 그리 적극적인 편은 아니셨다는 저자가 안식년을 맞아 성경공부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헨델의 오라토리오 곡들을 살피시다가 성경이야기가 많은 점이 눈에 띄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의 광범위한 성경공부결과를 이 책에서 녹여냈다고 합니다. “성경에 의거한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통해서 들으니 감동적이었어요. 성경을 읽다보면 스쳐 지나가는 내용들도 오라토리오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어요.”라는 저자의 말씀이 실감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헨델의 성경이야기>는 모두 6부로 구성되었는데, 제 1부에서는 헨델이 구약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작곡한 오라토리오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음악적 사전 지식 뿐 아니라 독일에서 태어난 헨델의 성장에서부터 영국에서 작곡활동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 6부까지는 헨델이 작곡한 15편의 오라토리오를 각각 3편씩 묶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헨델이 오라토리오를 작곡한 순서에 따라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순서에 따라서 늘어놓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시대적 순서에 따라서 설명하는 것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각각의 오라토리오는 작곡 배경과 관련된 성경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영어가사와 한글 번역을 소개하고 있을뿐더러 오라토리오의 감상포인트까지 콕짚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경이야기에는 관련된 미술작품을 곁들여 실감을 더하고 있으며, 책의 앞뒤표지 안에 넣은 두장의 CD를 통하여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성경을 읽고,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삼박자를 갖추어 놓은 셈입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저자께서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성경에, 성경을 즐겨 읽는 분들은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해요. 저자로서 독자들에게 ‘팁’(tip)을 드리자면, 오라토리오를 처음 만든 성 필리포 네리처럼 책 읽기 전에 음악부터 들어보면 아름다운 음악과 성경에 빠져들게 될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책읽기에 바빴던 저는 음악을 듣기 전에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읽기를 마친 다음에는 음악을 듣기 전에 책을 담은 가방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음악듣기는커녕 리뷰쓰는 일마저도 애를 먹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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