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10도 - 종교가 전쟁이 되는 곳
엘리자 그리즈월드 지음, 유지훈 옮김 / 시공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종교가 전쟁이 되는 곳’이라는 부제가 없었더라면 <위도 10°>의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한 채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을 것입니다. 위도 10도 특히 적도에서 북위 10도에 이르는 1,126킬로미터에 걸치는 지역은 유독 종교갈등이 심각한 나라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마다 역사적 배경이나 종교갈등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도 엘리자 그리즈월드의 <위도 10°>를 읽고서 알 수 있었습니다.

뉴 아메리카 재단(New American Foundation)의 선임 연구원인 엘리자 그리즈월드는 미국 복음주의 교단의 수장인 프랭클린 그래이엄 목사를 동행하여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수단, 소말리아,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그리고 필리핀 등 이슬람과 개신교의 갈등이 심각한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취재하여 갈등의 원인과 현황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취재결에 따르면, 이 지역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적 갈등은 영토문제, 물과 석유와 같은 자원을 둘러싼 이해의 충돌 그리고 상대종교의 공격적인 포교에 자극을 받아 대응차원의 포교가 진행되면서 충돌하는 경우 등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종교적 갈등의 뿌리는 수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적도에서 북위 10도에 이르는 지역에는 전 세계 13억 무슬림의 절반이 살고 있고, 20억 기독교의 60%가 살고 있는 만큼 역학구도 상 충돌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타 종교에 대하여 공격적인 경향이 있다고 이해하고 있었습니다만, 이슬람교의 경전에는 다른 종교와 평화롭게 지내라는 구절이 있고, 기독교와 유대교는 같은 성서를 가진 종교로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었으면, 중세 에스파냐에서는 이슬람교와 기독교 그리고 유대교가 사이좋게 지낸 바 있었으며, 로마제국 역시 자신의 종교를 인정하는 타 종교에 관대하게 수용하였으며, 불교를 믿었던 제국의 아소카 황제 역시 타 종교를 관용한 바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시대에 기독교가 박해를 받았던 것은 로마의 종교를 이교로 규정하여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유대교와 갈등을 빚었던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유대교가 관련되었다는 성서적 해석으로 인하여 유대교를 박해하기 시작하면서 였다고 합니다. 최근들어서 강화되고 있는 민족의 정체성이 종교와 깊은 연관을 맺게 되면서 지역내 종교간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경향을 띄게 되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의 저자 김영미PD님은 인간의 힘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기후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에 의지하게 만들기 때문에 적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 특히 종교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하여 삶이 척박한 탓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저자가 복음주의자인 프랭클린 그레이엄과 동행하여 취재를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슬림과 기독교 어느 편으로도 편향되지 않은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인터뷰 당사자들의 주장을 담아내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하여 “나는 무엇보다도 종교적 신념으로 살아가는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31쪽)”고 하였습니다. 저자가 분쟁지역을 돌아보면서 취재한 결과를 읽으면서 이 지역 거주하는 주민들이 자신의 종교를 쉽게 바꾸려 들지 않는 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 이슬람교나 기독교 모두 선교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기독교의 경우 유럽과 미국의 선교사들에 의하여 주도되던 선교활동에 우리나라에서 파송되는 선교사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고, 그런 까닭에 선교지역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사태가 빈번해지는 경향이 있어 외교당국이 개입하여 선교활동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사태까지 불러오게 된 것 같습니다.

저자는 분쟁지역의 종교갈등을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인종적 요인, 환경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섭렵하여 인용하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편에서는 이 지역의 종교 지도자들이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특히 “사람아, 우리가 한 남녀에서 너희 모두를 창조했고, 서로의 차이를 알 수 있도록 인종과 부족을 나누었노라”는 내용의 쿠란의 사실서(49:13)를 인용하거나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거하게 하시고...”라는 사도행전(17:26)을 인용하고 있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중세 유럽국가가 주도한 십자군전쟁에 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지난 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경영의 후유증이 이 지역에서 종교갈등의 원인으로 남겨져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복음주의파들의 선교활동 강화가 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이는 것입니다.

<위도 10°>를 통하여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종교갈등의 원인과 현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선교에 우리나라에서 파송되는 선교사들의 비중이 늘러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특히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을 세워보았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습니다만, 저의 동서도 이 지역 가운데 한 곳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다가 소천하게 되어 가족들 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이 많이 아쉬워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이슬람국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계시거나 준비하고 계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으시면 현지의 분위기를 이해하시는데 크게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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