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기적 이타주의자 - 21세기 트렌드를 바꾸는 새로운 소비자
앨런 패닝턴 지음, 김선아 옮김 / 사람의무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이기적 이타주의’라니 헷갈립니다.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있어서일까요? 출판사의 홍보글 대로 사전적 의미를 따져봅니다. 자신의 필요나 욕구를 타인의 필요나 욕구보다 우선시하는 이기주의와 의도적으로 타인의 복지나 이해 또는 공공의 이해를 추구하는 이타주의를 하나로 버무릴 수 있을까요?
세계적인 광고대행사에서 일했다는 앨런 패닝턴의 <이기적 이타주의자>는 제목에서부터 혼란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광고일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동향과 태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민감한 저자의 선견지명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지난 세기 ‘과시적 소비’를 추구하던 경향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소비자들은 자신을 위해 치선의 것을 원하겠지만, 그것은 꼭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기적 이타주의 시대를 예고한다. 이것은 또 새로운 세계적 윤리관이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지금도 진행 중이다.(13쪽)”라고 서문에 적고 있습니다.
저자는 스스로 명명한 “이기적 이타주의자”를 “나를 위해 물건을 사고 싶은 욕망, 나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하는 것,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하고자 하는 욕망, 하지만 그것이 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도 입히지 않으며 동시에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욕구가 결합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발견한 소비자들의 변화한 소비행태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전망을 설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19세기 산업혁명으로부터 20세기에 명멸했던 제품들의 흥망과정을 제품주기라는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외연기관으로부터 내연기관으로의 변화를 비롯하여 인류가 사용해온 에너지형태의 변화를 제시하고 화석연료의 전망에 곁들여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서들이 소비행태의 변화에 기여하였을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나치게 다양한 요인들을 인용하다보니 수박겉핥기 식의 기술에 그치고 있어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 적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논리를 전개도 매끄럽지 못하여 앞서 내세운 주장을 다음 문단에서 부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이유가 무엇이든 제품 생명주기의 벨 커브가 하향곡선을 그리지 않은, 그리고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가 상승세를 회복한 시대나 제품을 알지 못한다.(23쪽)”고 적었는데, 곧바로 매출이 위축되어가던 맥도날드가 맥카페를 신설해서 매출을 회복했다는 사례나 고형비누시장에서 브랜드파워를 자랑하던 아이보리가 새로 등장한 액상비누로 하향세에 들어섰다가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도입하면서 회복했다는 사례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제품생명주기에 국한하였다고 저자가 해명한다면, 1960년대 임신부의 구역질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던 탈리도마이드라는 약물은 신생아에서 사지단지증(phocomelia)라는 치명적 부작용이 나타나는 바람에 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하지만 탈리도마이든 최근 부활하여 한센병과 다발성골수종의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하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제국주의 시대의 영국이 국제적으로 도덕적 리더역할을 했고, 당시 기독교사회가 무지한 원주민에게 개종이라는 기쁨을 선사하고 복음을 전파하고자 선교사를 파견한 바 있는데 이는 순수하게 이타적이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복음주의를 전파하기 위한 선교행위는 우선 기독교 우월주의와 기독교적 시각에서 타문화를 바라보는 몰이해적인 접근이 대부분이었다는 것과 제국주의의 원료제공처와 제품소비처로의 식민지확보를 위한 첨병으로 운용된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면 제국주의의 지극히 이기적인 행보였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대우그룹이 관련된 2008년 마다가스카르의 경작지 임대계약이 쿠데타로 연결되었다는 사건은 처음 듣는 내용인데다가 간단하게 자료를 찾아본 바에 의하면 특정세력이 제공한 왜곡된 정보일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점에서 저자는 자료인용에 신중치 못한 듯 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162쪽). 또한 중국의 파룬궁 수련자들을 사이비종교단체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파룬궁을 탄압하고 있는 중국정부의 주장만을 인용하고 파룬궁 측의 주장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경도된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252쪽). 역시 GMO식품에 대한 견해도 단순하게 소비자의 불신이 있다는 정도의 언급에 그치고 있어 핵심문제는 무엇이고 전망은 어떤지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내놓지 못한 것처럼 다양한 팩트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면서도 핵심은 놓치고 있다고 보입니다. 10장부터 12장까지 21세기에 등장하는 변화를 새로운 도덕률, 새로운 소비자사회, 이기적 이기주의자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형태의 소비트랜드를 설명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견강부회라고 보이는 면이 엿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매슬로가 나눈 5단계의 인간의 욕구는 어쩌면 낙관적인 추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소비행태와 연결한 것은 저자의 욕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시적 소비패턴에서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들은 이 물건이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가격만큼 값어치가 있는지 환경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지 고려하게 될 것이므로 제조회사에서도 이런 소비패턴을 반영하여 제품을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영국의 외무장관 데이비드 밀리밴드가 한 말을 인용한 부분입니다 “… 잘못된 대응이 무엇인지는 명백하다. 보호주의에 영합하고 환경변화에 대한 대처를 미루고, 내수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여 보호주의에 굴복하는 것이다.(140쪽)”는 말입니다. 제가 잘못 이해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럽공동체의 발족을 시발점으로 하여 세계는 이미 하나의 공동체로 수렴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개별국가 간에 체결되는 FTA는 각국이 하나의 공동체로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국제적인 대세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의 체결로 인하여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일부 집단이 반발을 마치 국민 전체의 뜻이 그렇다는 식으로 포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세기 전 조선이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된 단초를 제공한 대원군의 쇄국정책의 망령이 지금 되살아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당시에는 권력의 최정상에 있던 대원군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백성을 나락의 길로 인도했다면, 지금은 일부 집단의 작은 이익을 지키겠다는 현대판 쇄국정책이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버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족이 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장에 “의무적인 건강검진과 모니터링은 미래에 무상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조건이 될 것이다.(358쪽)”라고 간단하게 언급되어 있는 무상의료에 관한 언급 역시 의료에 관하여 잘못된 개념이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것 아닐까 걱정됩니다. 의료가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것은 신기루일 뿐입니다. 의료소비자가 돈을 내지 않는다면 의료에 투입되는 재정은 세금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의 부담이 되는 것이고, 무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경우 사용량이 무한대로 늘어나게 되는 모럴 해저드를 자주 경험해왔다는 점을 우려의 근거로 삼고자 합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