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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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가 주최하는 신춘문예 당선작 소설을 읽기 위하여 월간지를 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소설에서 무언가 목마름을 채우려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추리소설에 빠져든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소설은 시나브로 관심대상에서 멀어져갔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작가가 그려내는 소설의 세계에 빠져들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운영작가님의 말대로 소설은 ‘내안에 든 것을 그대로 토해내는 것이 아니라 한 세계를 받아들어 소화시킨 다음 다시 세상에 내놓는 것(163쪽; ‘내가 쓴 것’)’인데 그런 느낌을 얻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천운영 작가님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 진 빚을 갚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외면한 세상, 내가 저지른 실수, 알게 모르게 저지른 세상에 대한 교만과 악행들, 그것에 대한 고백성사이며, 자기반성이며, 죄사함이다. 세상에 진 빚이 없으니 자유로운 소설이 나온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만이고 자기합리화다.(191쪽, ‘내가 쓴것’)”라고 소설쓰기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소설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제가 천운영작가님의 소설집 <그녀의 눈물사용법>을 읽게 된 것은 제목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제가 화두로 삼고 있는 눈물에 대한 이야기를 색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입니다.

<그녀의 눈물사용법>은 천운영작가님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 ‘그녀의 눈물 사용법’, ‘알리의 줄넘기’, ‘내가 데려다줄게’, ‘노래하는 꽃마차’, ‘내가 쓴 것’, ‘백조의 호수’, ‘후에’ 등 8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8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평범하지 못한, 무언가 상처를 안고 있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역시 평범하지 않은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에 등장하는 부부는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삐걱대면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위태한 관계이고, 그 사이에 등장하고 있는 소년이 이 부부의 관계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을 부풀리더니 독자들의 수준을 비웃듯이 묘하게 비틀어서 마무리하는 작가의 성동격서적 성향을 읽게 해줍니다. 저의 관심을 끌었던 ‘그녀의 눈물 사용법’에서도 제가 기대했던 여성의 무기로서의 눈물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어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 여성의 유약함과 보호받기 위한 무기로서의 눈물이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는 적극적인 눈물의 사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눈물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말입니다.

“눈물은 감정의 늪이다. 유약한 인간들만이 제가 만든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법이다. 눈물은 굴복의 다른 이름이다. 아픔과 고통에 대한, 조롱과 비난에 대한, 슬픔과 고독에 대한 굴복의 징표다. 나는 눈물 대신 오줌을 싼다. 울고 싶을 때 오줌을 싸다가 문득문득 돌출된 성기를 가지고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몸을 탓하는 대신 다른 방도를 찾기로 했다. 침을 뱉거나 땀을 흘리는 것으로도 몸의 물기는 배출될 테니까.(57-58쪽)” 그녀는 눈물샘이 뚫리지 않아 울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신생아처럼 태어날 때부터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하고, 할머니는 시앗을 보아 나가살던 남편이 다시 곁에 돌아와 죽은 다음부터 눈물흘리기를 잊었고, 어머니는 유방절제수술을 받은 다음부터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의 눈물사용법>에 실린 천운영의 소설을 해설한 신형철님의 설명에 따르면 “삶의 간난신고 속에서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던 여자들의 고투”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일곱 살 일 때 칠삭둥이 미숙아로 태어났다가 하루 만에 죽어 버려진 남동생이 어느날 몸속으로 들어와 7살이 될 때까지 자란다음 서른일곱의 여자가 될 때까지 머물다가, 항상 눈물바람하는 오빠를 위한 천도제를 치룬 다음에 그녀를 떠나면서 부터는 그녀는 다시 눈물의 의미를 알게 되고, 레즈비언으로서 성정체성까지 찾게 되면서 그녀는 제대로 눈물을 사용하는 법을 깨닫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눈물사용법>을 통하여 천운영작가님이 보여주는 색다른 타입의 주인공들을 통하여 그들이 안고 있는 색다른 상처와 색다른 치유법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남습니다. 저의 눈물에 대한 이야기 속에 천운영작가님의 눈물을 어떻게 정리가 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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