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개 - 진화론을 설명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이야기
엠마 타운센드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에 개를 주제로 한 책을 여러 권 읽은 인연이 리뷰어 선정에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유별난 애완동물 관찰기”라는 광고카피를 내세웠습니다만, 오히려 ‘진화론을 설명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이야기’라는 설명이 오히려 잘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다윈하면 갈라파고스제도를 떠올릴 만큼 비글호를 타고 나선 탐사현장에서 진화론의 틀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윈의 개>에서는 다윈이 진화론을 세우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친 연구활동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영감을 얻었는지를 뒤쫓고 있습니다.

저자 엠마 타운센트는 다윈의 <종의 기원>에 담긴 내용보다는 다윈이 대부분의 당시 사람들이 믿고 있던 사물의 천지창조설을 뒤엎는 <진화론>을 세우는 과정을 그의 일상과 그가 주고받은 편지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다윈의 개인자료를 비롯한 다양한 사료를 두루 섭렵람 다윈학(?)의 전문가이기에 가능한 저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윈의 개>라고 붙인 책의 제목을 보니 ‘다윈의 불독(Darwin’s bulldog)’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토머스 헨리 헉슬리가 생각이 납니다. 그만큼 다윈이 개를 좋아했다는 증거일 듯합니다. 저자 역시 다윈의 못말리는 개사랑이 가문의 전통으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밝히는 것으로부터 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개인가 하는 점은 다윈이 진화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개라는 동물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고 사람과 아주 친숙한 동물이라는 점을 잘 활용하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윈이 진화론을 세우는데 기여한 것은 비글호를 타고서 갈라파고스 제도를 비롯한 남아메리카 지역을 조사한 결과가 핵심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당시 조사과정에서 획득한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각각 새의 분류작업은 존 굴드가 거대한 뼈의 분류작업은 리처드 오언에 맡아 진행하였고, 특히 굴드는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가져온 다양한 모습의 새들이 모두 피리새종류에 속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를 바탕으로 환경에 따라서 진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진화론의 꼬투리를 붙잡은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시조새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자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그 화석이 발견됨으로써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오리너구리가 조류와 포유동물의 중간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점을 중심으로 같이 살고 있는 생물에서 변화가 일어나 다른 종으로 발전한다는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만, 다윈이 진화론을 세우는데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것은 지질학의 대가 찰스 라이엘 박사와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 목사였다고 합니다. 지질학 연구성과로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억겁의 세월을 통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진화는 그 억겁의 시간을 통하여 누적되어 왔을 것이라는 개념을 세울 수 있었으며, 맬더스의 인구론에서는 인구의 증가는 제한된 자원의 분배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인구론의 개념은 더 우수한 자질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개념을 세우는데 기여하였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개육종 전문가인 존 하워드 골튼과의 교류에서 얻은 육종기술도 기여한 바가 있다고 합니다. 당시만해도 유전자는 물론이고 유전학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우수한 품종의 동물을 만드는 기술로 육종학이 각광을 받던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육종의 결과물인 새로운 품종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흔히 다윈을 과학자라기 보다는 박물학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것은 당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를 수행하던 학자들과는 다른 형태의 연구를 수행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종의 기원>의 3분의 2는 히말라야 산맥으로부터 뉴질랜드 숲에 이르기까지 지구 곳곳에서 수집한 진화과정의 증거들을 토대로 과학계의 반박을 해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윈은 스스로도 비글호를 타고 탐사에 나서기도 했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인적교류를 통하여 다양한 정보들을 교류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오랜 기간동안 꼼꼼히 정리한 끝에 진화론이라는 당시로서는 경천동지할 이론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윈이 만년에 했다는 “내가 읽고 요약한 수많은 책과 학술지, 보고서를 보니 나의 부지런함이 감탄스러울 따름이다.(74쪽)”라는 말이 마음에 충격으로 남게 됩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새길 점은 <진화론>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입니다. 1837년 7월 새 노트에 연구결과를 기록하기 시작하여 <진화론>의 초고가 완성된 것은 1842년, 그리고 초판본이 세상에 나온 것이 1859년말이니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꾸준하게 자신이 세운 가설을 가다듬어 나갔고, 그 과정에는 세상에서 보일 반박을 가정하고 치밀하게 답을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곧바로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요즈음의 조급한 과학자들이 참고할 점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를 “<종의 기원>은 20년에 걸친 심사숙고와 신중하게 고른 문장으로 창조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과 함께 끝을 맺은 책이었다.(138쪽)”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끝으로 꼭 인용하고 싶은 점은 ‘나는 아직도 인간은 인간으로 창조되었다는 낡은 믿음을 지키고 있다네’라고 말한 인스목사와 다윈의 긴밀한 관계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저만해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윈은 인스목사에게 다양한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진화론>에 관한 자신의 책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인스목사는 그 책이 자신의 종교를 바꿔놓지는 못했지만 매우 재미있었다는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네와 나는 서로의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었지. 그건 자네의 관대한 인내심과 뚝심 덕분일 거야(169쪽)”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과의 교류는 때로 스스로 세운 논리에 허점은 없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사족입니다. 개를 좋아했던 다윈이 개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세웠던 가설들 가운데는 지난 번에 소개해드렸던 스티븐 부디안스키의 <개에 대하여; http://blog.joinsmsn.com/yang412/12325418>에서 읽은 내용과 다소 거리가 있는 점이 있었습니다만, 저자는 말미에 개에 대한 연구에서 새롭게 드러난 과학적 사실들을 따로 적어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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