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 최협 교수의 인류학 산책
최협 지음 / 풀빛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입학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읽은 책들을 꽂아두고 있는 작은 아이의 서가를 둘러보다가 분야의 다양성 때문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의 책읽기에 몰입하고 있다가 가끔은 그야말로 낯선 분야의 책을 읽어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면 살펴보곤 합니다. 아마 인류학이란 분야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작은 아이 책장에 꽃혀 있던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0226622>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인류학을 전공하시는 최협교수님의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를 만나게 된 것도 같은 경로를 통해서입니다.

아프리카 원주민인 부시맨과 구조주의학자로 알고 있는 레비스트로스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인류학이 구조주의를 만나게 되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예스24 덕분에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http://blog.joinsmsn.com/yang412/11967086>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최협교수님은 인류학을 “큰 바다”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야만과 문명을 가리지 않고 지구상에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한 모든 인간이 연구대상이 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는 깊고 공간적으로는 넓은 연구분야를 가지는 학문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네 삶 자체가 인류학의 대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인류학을 연구하는 것은 또한 다른 문화를 통하여 우리의 문화를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머리말에 녹여낸 교수님은 20개의 글들을 다섯 개의 묶음으로 나누어 인류학의 개념, 인간문명의 지금이 있게 된 동력, 문화마다 비슷한 점 속은 차이를 보이게 되는 수수께끼,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류학의 이론과 실제를 정리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인류학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우리식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아마존 밀림에 사는 야노마뫼족이 태어난 여자 아이를 살해하는 관습은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야만적이라 볼 것입니다만, 그들이 살고 있는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해석과 함께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유교적 관습 때문에 인공중절을 불사해온 우리사회의 선택을 그들의 관습과 비교했을 때 나을 것도 없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결혼과 관련하여 일부 계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왜곡된 사회현상에 대하여도, 아프리카사회의 신랑이 신부측에 제공하는 ‘신부대’와 신부측이 신랑측에 제공하는 ‘지참금’에 대한 해석에서 다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신부대’가 혼인을 매개로 하여 사회적으로 환류되는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 데 반해, ‘지참금’제도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134쪽)”고 우려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신부대로 제공되는 재물의 양이 사회적으로 일정량 정해진 반면, ‘지참금’은 신랑의 능력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고, 신부대는 여성의 가족 중 남성의 결혼을 통하여 또 다른 가족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점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과 연관된 것입니다만, 구조주의가 인류학에 기여하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회현상의 총체성을 강조하는 특성을 가지는 구조주의는 복잡한 사회현상을 몇 개의 근본적인 요소로 환원시켜 단순화 혹은 모델화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레비스트로스는 이러한 구조주의를 인류학 연구에 접목함으로써 인류문화와 사회현상의 표면을 뚫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근본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인류학의 목표’에 접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하여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제5부에서 환경오염문제, 식량문제 등의 본질을 분석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마지막 글 ‘인류학자가 내다보는 21세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즉,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중심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강한 나라로 우뚝 서야 하겠다는 점으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근대화 이후 쏟아져 들어온 외래문화에 휘둘려 내팽개친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대륙의 끝자락에서 위치하면서 해양으로 흐르는 대륙문화를 집적하여 새로운 형태로 업그레이드해왔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즉, 외래문화를 막연하게 수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틀 안에서 녹여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왔다는 점을 본다면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문화사조를 창조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동아시아의 벽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는 한류열풍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저력이 드디어 물을 만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류를 따라서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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