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여우들의 직장생활 다이어리 - 왜 별 볼 일 없는 그녀가 회사에선 잘나갈까?
한옥경.이미정 지음 / 알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알키에서 보내주신 <똑똑한 여우들의 직장생활 다이어리>를 받아들고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본명을 여성으로 착각하신 탓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해도 의과대학에 여학생이 많지 않을 때라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들을 남학생 나름대로는 하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보면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직장은 말 그대로 사각의 정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적네트워크로 짜여서 긴밀하게 돌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직장생활선배님들마다 하시는 말씀이고, 좋은 선배, 동료, 후배를 만나야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말은 이제 저도 해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 탓인지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다양한 참고서(?)들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도와드리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서적들은 직장인을 위한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즉, 분명 차이가 있을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한국후지제록스 홍보팀 한옥경 팀장님과 이미정대리님은 바로 그런 점에 착안하셨던 모양입니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여성들을 위한, 뒤집어 말하면 직장선배로서 후배 길들이기 일 수도 있는 오밀조밀하고 시시콜콜하다 싶은 조언들을 모아 책으로 묶어낸 결정체가 바로 <똑똑한 여우들의 직장생활 다이어리>인 것 같습니다.

모두에서 제가 읽고 리뷰를 써서 출판사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싶었다는 솔직한 말씀을 먼저 적었습니다. 즉,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번지수를 잘 못 짚으셨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모양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도 마음에 새겨둘 무언가를 적어도 하나는 낚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독서 소신인 탓인지 이 책에서도 여러 가지를 새길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말띠라서인지 직장편력이 만만치 않은 편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새로 시작하는 직장에서나, 혹은 새로 들어오는 신참들의 정신세계는 제가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와는 천양지차이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을뿐더러 세월이 바뀌다 보니 선배랍시고 한마디 하게 되면 강산이 바뀌는 시차가 과거 10년 단위에서 엄청 축소되어 이제는 년 단위로 세는 것이 불가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지경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요즘에는 선배들도 후배들에 대하여 공부를 많이 해야 그나마 사무실 분위기를 화기애매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여직원들을 대함에 있어 조심해야 할 사항들은 예전과 비교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의 전공 탓인지 제가 근무하는 부서는 저자의 말대로 여초(女超)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벌써 감을 잡으신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만, 여성들과 같이 근무하는 남성들이 더 조심스러울 뿐 아니라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져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해한다면 <똑똑한 여우들의 직장생활 다이어리>는 직장생활을 새로 시작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도 귀중한 지침서가 될 뿐만 아니라 신참 여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챙겨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성을 구분할 것 없이 고참 선배들이 읽어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외계어처럼 들려 누군가 번역을 해주어야만 할 것 같은 요즘 신참들이 사용하는 직장언어를 과감하게 소개하고 있는 점도 거리감은 느끼지만 역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저자가 나누어 쓰신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구분이 되지 않아 고참선배의 입장과 중참선배의 시각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는 점을 덧붙입니다. 건강과 관련한 조언을 덧붙이지면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하여 가습기를 활용하라는 조언을 하고 계신데(224쪽), 최근 가습기 세척제가 호흡기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240쪽 도시락싸기를 권하는 대목에서 정말 옛 생각이 나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의국(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모여 일하는 곳을 의국이라고 합니다.)에서 같이 공부하던 멤버들이 도시락을 싸오기로 했습니다. 결혼하신 여선생님과 남선생님 그리고 미혼인 제가 그 멤버였는데,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날은 라면을 끓이곤 했는데, 결혼하신 여선생님께서 라면을 제일 많이 드셨던 것 같습니다.

정리해보면, 요점정리 잘 되어 있고, 삽화도 젊은이들 취향에 맞게 감각적이다 싶습니다. 다만 직장은 스트레스로 뭉쳐진 곳이라는 선입견이 생길 정도로 강조하신 것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직장은 하루 깨어있는 시간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즐거운 곳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은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부서의 장을 맡고 있을 때 신조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달려 나가고 싶은 직장”을 만들자 였습니다.

상사는 곰보다 여우를 좋아한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지만, 상사도 상사 나름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네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나치게 여우짓하면, 이 여우가 무슨 재주를 부리려는 모양이라는 경계심이 드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로 뒷통수라도 한번 맞고 나면 여우보다는 곰이 낫더라는 고정관념이 생기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여우가 되었던 늑대가 되었던 직장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무엇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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