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개와 함께한 행복한 나의 인생
테드 게라소티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개에 관한 책을 또 읽게 되었습니다. 묘한 인연이다 싶습니다만 최근에 아는 분들이 개에 관한 책을 준비한다고 해서 저도 관심이 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떠돌이 개와 함께한 행복한 나의 인생>이라는 기다란 제목의 책은 저자가 묘한 인연으로 만나 함께 지낸 떠돌이 개와 함께 지내면서 그 개가 보여주는 다양한 행동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관련된 학술자료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514쪽이나 되는 긴 이야기가 되고 만 것 같습니다.

제목이 꽤 길다 싶습니다만, 원제목 <Merle's door; Lesson from a freethinking dog>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저자는 여는 글을 통해서 책에 담은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개들을 변화시키려는 마음만 앞세우지 않고 우리 자신의 태도를 바꾼다면, 개들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백이다. (…) 개와 함께 사는 삶이란 개에게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 정신적이고 감성적으로 세상의 문을 열어 줌으로써 개가 가진 잠재력을 꽃피워 주는 일일 것이다.(5쪽)”

책을 모두 읽고 난 느낌은 여행작가 테드 케라소티가 만난 떠돌이 개 멀은 아주 특별한 개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제목처럼 생각이 자유로운 개, 즉 다른 개와는 생각과 행동이 다른 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별한 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도회지역에서도 그리고 일반적인 개에게 적용하는 것이 옳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삶의 모든 측면에서 개의 목줄을 풀어주어 개가 자기 코가 이끄는대로 마음껏 달리며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6쪽)”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온전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자가 멀과 같이 생활한 장소가 와이오밍주의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지역이었다는 것입니다. 잭슨호수에 눈덮힌 산이 그림처럼 비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웃집에 가려면 차를 타고서도 한참을 가야하기 때문에 개 목줄을 채울 이유가 별로 없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저자가 멀을 만난 유타주 모압(Moab)에서 하루를 묵었던 생각이 납니다. 아치스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한적한 소읍입니다만, 콜로라도 강으로 이어지는 래프팅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멀은 인디언보호구역에서 나타난 떠돌이개입니다. “떠돌이개는 인간과 사회적인 유대감을 유지하며 확실한 주인이 없을 때는 주인을 찾는다. 반면에 야생의 개는 인간과 접촉하지 않고도 잘 살아가며 사회적인 유대감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다른 개들과 맺는다.(35쪽)”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멀과의 만남을 통하여 늑대가 사람의 삶에 끼어들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개에 대하여; http://blog.joinsmsn.com/yang41212325418>를 쓴 스티븐 부디안스키보다는 개에게 보다 우호적인 편이나, <개가 주는 위안: http://blog.joinsmsn.com/yang412/12329783>을 쓴 피에르 슐츠의 감성적 접근보다는 이성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부디안스키는 개가 위험한 동물이라는 점을 경고한 바 있는데, 캐라소티는 미국에서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 가운데 1.3퍼센트만이 개에 물려 치료를 받았을 뿐, 추락사고를 당하거나 자기 집에서 부엌칼에 베이거나, 자동차나 자전거에 치이거나, 과로로 쓰러지거나, 저녁을 짓다가 화상을 입거나, 잔디깍이 기계에 발가락이 절단되는 경우보다 낮은 확률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에 물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1.3퍼센트 된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보여지는 데이터란 생각이 듭니다.  

 

유타주 모압에 래프팅을 갔다가 만난 떠돌이개로부터 받은 특별한 느낌을 저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 개의 반짝거리는 암갈색 눈동자가 내 마음을 알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겐 개가 필요해요. 나 어때요?’ 지난 1년 동안 마땅한 개를 찾고 있던 나는 내 마음을 꿰뚫어본 녀석의 불가사의한 능력에 마음이 끌려 녀석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착한 개구나.’”(13쪽) 멀은 던진 공이나 막대기를 주워오는 것을 거부하거나, 새사냥에 쓰는 엽총소리에는 기급을 하지만, 소총을 쏘는 엘크사냥에는 앞장서는 등 특별한 행동을 보이는데, 아마도 떠돌면서 만난 사람으로부터 치명적인 기억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어떤 개 행동학자들은 멀이 나를 훈련시켰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의견은 개와 인간이 한집에 거주함으로써 서로 얻는 이득을 놓친 것이다.(184쪽)”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멀에게 끌려 다닌 점도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여자친구의 개 브라우어가 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하여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안락사를 하도록 권하지만, 멀이 노쇠하여 삶에 고통을 받을 때는 안락사를 고려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을 때까지 헌신적으로 돌본 것도 다시 생각할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혹시 기르고 있는 개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안락사를 고려하고 계신분이라면 수의학자 버나드 허쉬혼이 제안한 안락사 시행의 여섯 가지 기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① 병세가 장기적이거나, 재발하거나, 악화되는가? ② 더 이상 아무런 치료도 듣지 않는 상황인가? ③ 개가 고통스러워하는가? 다시 말해, 신체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가? ④ 그 고통을 완화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가? ⑤ 회복된다면, 당신의 개는 지병에 시달리게 될까? 건강한 개로서 스스로를 돌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큰가? ⑥ 회복된다면, 당신의 개는 더 이상 삶을 즐길 수 없거나 급격한 성격의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큰가?(478쪽)“입니다.

저자는 “멀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서론 다른 종을 구분하는 분류 개념은 인강과 개가 아니라, ‘우리’(개, 사람)와 ‘그들’(야생동물)인 것이 분명했다.(280쪽)”고 적은 것처럼 멀이 저자들 대한 것도 자신의 판단기준을 적용한 것처럼 저자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고 자신의 판단기준으로 멀의 생각을 읽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개에 대하여>에서도 개가 사람을 속이는 행동을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만, 캐라소티 역시 멀이 자신으로부터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행동을 보였지만 상황이 변하면서 다른 행동을 보이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황금색 골든리트리버종 개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끌리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사람보다 사는 시간이 짧은 개를 키우다가 죽음을 맞게 되는 경우에 개주인이 가지는 상실감을 가족을 사별하는 상실감에 못지않더라는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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