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윤리 특강 - 과학자를 위한 윤리 가이드
이상욱.조은희 엮음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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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에게 윤리학이 필요할까? 일반적으로 가져야할 사회적 도덕규범을 준수하는 수준의 기본적 윤리감각을 가지는 것으로 족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만, 황우석교수사건을 비롯하여 생물학적동등성시험결과 조작사건 등을 겪으면서 과학자 나름대로의 특별한 윤리의식을 고취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상욱, 조은희교수님이 편집책임을 맡으신 <과학윤리특강>은 과학자가 좋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윤리적 고려를 정리한 이 분야의 최초의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한 구체적 제안과 생생한 사례, 또한 과학자가 스스로의 과학 연구가 지니는 사회적 함의를 이해하고 책임감을 갖고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담고 있어 바람직한 과학연구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과학분야에서 몸담고 있는 연구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과학분야를 몸담게 될 학생들 역시 미리 읽어 둘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여덟 분의 과학자 및 과학 사학자, 과학 철학자, 공학자 등 과학계 전반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필진이 과학 연구 윤리의 핵심이 되는 과학연구 윤리, 지적재산권, 과학자 사회, 통계처리와 논문작성 인간대상의 실험과 동물실험에서의 윤리적 쟁점 등 12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험실, 대학교 강단, 학술 대회 등 실제 현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쟁점들을 다루고 있어 현장감이 생생하며 또한 토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제를 요약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인간대상의 실험에 관한 장은 해당분야의 전문가인 의사가 동물실험에 관한 장 역시 해당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의사가 집필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점입니다. 물론 의사나 수의사는 해당분야의 윤리적 접근에 대하여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운 분도 분명 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과학연구는 기본적으로 실험을 통하여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과학적 결론을 도출해내는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에서부터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성실하고 투명하게 진행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상욱교수님이 정리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과학연구에 대한 윤리적 논의의 원칙은 꼭 기억해두어야 하겠습니다. “첫째 원칙, 여러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둘째 원칙, 윤리적 고려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셋째 원칙, 과거로부터 배운다. 넷째 원칙, 사회적 수준에서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43~48쪽)”

이런 원칙을 가지고 정확한 통계의 사용, 문헌의 엄정한 인용, 위조와 변조가 없는 데이터의 정직한 사용, 인간과 동물 피실험자에 대한 생명윤리, 윤리적 논문작성 등 생각해보면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에서 윤리적 고려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과학연구가 상업화되는 경향이 늘고 있으며, 연구비와 정책 등 정부의 입김이 커지면서 관료화 경향이 늘고 있는 점, 연구의 분업화와 국제화, 연구 결과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늘고 있는 등 과학분야의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 현실 때문에 더욱 윤리성이 강조된다고 하겠습니다.

송성수교수님이 다룬 5강에서 과학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읽으면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과학자가 전문가로 사회에 의견을 내놓아야 할 때는, “어떤 것이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어떤 것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며, 알려진 사실의 경우 그에 따르는 불확실성은 무엇이고, 지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노력하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또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가 등에 대해 전문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거이다. 이처럼 전문가의 증언은 활용 가능한 자료에 근거해야 하며 정직하면서도 현실적이어야 한다.(139쪽)"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과연 당시에 저를 포함해서 전문가를 자처한 사람들이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7강의 과학연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한 노력에서 다루고 있는 연구노트에 관한 글에서도 공감이 컸습니다. 연구노트는 연구의 진실성을 증명해 줄 유일한 증거자료라는 점, 후속 연구자가 선행 연구자의 연구노트로부터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는 말씀은 연구노트는 공개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이는 점입니다. 9강의 논문작성과 출판에 관한 윤리에 관한 글에서도 귀중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논문을 작성하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고 있기 때문에 참고 할 점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에 공표된 저작물을 인용함에 있어 인용의 5가지 요건(인용 대상, 목적, 인용 정도, 필연성, 출처명시)을 만족한다면 저작권이 보호된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적절한 사례를 인용하여 주제를 설명하고 있어 이해가 쉽고 어쩌면 과학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이고 해결방안이 궁금할 수 있는 사안들을 다루고 있어 실감이 더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말에서 따온 글처럼 “이 책에서 독자들은 통상적으로 처벌이 요구되는 과학 연구 부정행위란 무엇인지, 그리고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원 자료를 처리하고 논문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과 생생한 사례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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