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배반 - 뒤집어보고, 의심하고, 결별하라
던컨 와츠 지음, 정지인 옮김, 황상민 해제 / 생각연구소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뒤집어보고/의심하고/결별하라/는 부제를 단 <상식의 배반>을 쓴 던컨 와츠박사는 그의 독특한 이력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것 같습니다. 흔히 우리가 이과뇌와 문과뇌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즉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뇌영역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호주출신인 와츠박사는 해군사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코넬대학원에서는 이론 및 응용역학을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세계적인 사회학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음백과사전에 따르면 상식(常識)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와츠박사가 서문에서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요약해보면, 상식이란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복잡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적응된 것이므로 그런 상황에 관한한 상식은 아주 유용하지만 기업과 문화, 시장, 국가, 세계적인 기관이 관련된 상황은 일상의 상황과는 다른 복잡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상식을 적용했다가는 여러 가지 오류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상식의 배반>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제목의 제1부에서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일의 진실이 무엇인지, 상식에 대하여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일상의 영역을 넘어서는 문제까지도 상식에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접근을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세 가지의 오류의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48쪽). 첫 번째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를 생각할 때 우리가 필연적으로 늘 의식하는 유도나 동기, 믿음 같은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두 번째는 개인행동의 모형을 집단행동에 적용할 때 그 결함이 더 심각해진다는 것, 마지막으로 우리가 실제로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적다는 것 등입니다.

역사에서 배울 것이 별로 없다고 단정하고 있어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의 논리는 “X라는 일이 일어난 까닭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X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람들이 원하던 것이 X임을 아는 것은 X라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90쪽)”라고 요약하는데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우리가 공부한 역사를 통하여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알고 있고, 시대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조건에서도 같은 결과를 볼 수 없겠지만,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을 돌아보면서 현재 시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하여 최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1부의 마지막부분은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논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에 대하여 예측을 해보고 그 예측에 맞추어 준비하는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예측수단은 아주 다양해서 기왕에 축적되어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하고 전문가의 지식을 바탕으로 추정하기도 하고, 이도저도 아니면 점쟁이의 직관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대한 신뢰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 이유는 “어떤 행위가 낳는 의미를 단번에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을 ‘결과’라고 할 때, 대부분의 인생사에서 명확하게 정의된 ‘결과’라는 것 자체가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허구의 개념일 뿐이다.(168쪽)”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구나 예측을 하는데 적용하는 법칙이 기왕의 데이터와 상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틀린 예측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결국은 비상식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게 된 것 같습니다. “비상식”이라는 제목의 제2장에서는 예측과 계획, 사회정의, 심지어는 사회과학에까지 의미를 갖는 비상식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통계자료를 토대로 하여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저자는 스포츠 이외의 분야에서는 그런 통계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거의 동일한 조건에서 수차례 치러지는 스포츠에서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분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그나마 수학과 통계학의 도움없이는 그런대로 정확한 미래예측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미래예측 분야에서 수학모형의 역할에 대한 생각은 데이비드 오렐박사의 <거의 모든 것의 미래; http://blog.joinsmsn.com/yang412/12250597>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해제한 황상민교수님의 “상식을 버리는 일”이라는 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같다. 물리학에서 법칙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과학에서도 법칙을 찾을 수 있다. 사회과학자들은 자연과학자들과 다른 연구방법을 사용한다.(325쪽)”에 동의한다면 ‘사회과학에 아무런 상식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황교수님은 단정짓고 있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저도 그 메시지의 일정부분에는 동의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아마도 제가 사회과학에 아무런 상식이 없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만, 저자의 또 다른 주장 즉, 비상식적 접근으로 사회과학을 이해할 수 있는 준비는 되어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이 책이 사회과학의 흥미로운 주제를 심도있게 표현한 재미있는 책임에도 독자는 핵심내용이 무엇인지 당황스러워 할 수 있다는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저 역시 핵심을 붙들지 못해 당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논지의 흐름을 정리하는데 있어 다소 힘이 부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목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식의 배반>이라고 되어있는 이 책의 원제는 <Everything is obvious>입니다. 책장 안쪽에 적힌 저자의 한 마디, “Everything is obvious once you know the answer”에서 따온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당신이 답을 알고 있을 때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는 정도의 번역으로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번역하신 분이 “당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거의 모든 믿음에 숨겨진 비밀”이라고 번역한 것은 책 내용을 함축해 담으려는 생각과 ‘(상식을) 뒤집어보고/의심하고/결별하라’는 부제와 연관을 지으려는 생각이 있으셨던 것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자칫하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상식선(常識線)마저도 버리라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겠습니다만, 황교수님이 해제에서 명쾌하게 정리한 것처럼 상식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나름대로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많은 문제, 즉 정치적 갈등, 의료보험, 공공정책, 공교육문제, 마케팅처럼 복잡한 사회현상에까지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는 무모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329쪽). 세상사가 모두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상식은 절대진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으로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예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다른 책들을 통해서 보완할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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