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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전염된다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 제임스 파울러 지음,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2010년 11월
평점 :
하버드대학의 니컬러스 크리스태키느교수와 제임스 파울러교수가 같이 쓴 <행복은 전염된다>는 원제 <connected>만큼이나 제목에서 책내용을 유추해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버드대가 의학과 과학으로 증명해낸 인간관계의 비밀!”이라고 요약된 문장을 읽고서야 조금은 가늠이 될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 사회연결망)는 아름답고 미묘하다.”고 머리말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번역하신 이충호님은 사회연결망이라는 단어가 독자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하셨는지 전편을 통하여 ‘소셜 네트워크’라고 원문을 우리말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소셜 네트워크’라고 하니까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트윗이나 페이스북 그리고 조금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블로그 등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어옵니다. 하지만 앞서 인용한 ‘인간관계’라는 용어가 보다 땀냄새 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포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로 ‘소셜 네트워크 중 가장 단순한 형태는 양자관계’라는 저자들의 설명을 읽으면서 확인되었습니다.
책을 쓴 두 사람의 저자들은 전공분야가 서로 다른 탓이었는지, 엎어지면 코가 닿을 거리에서 몇 년을 지냈으면서도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지적 관심에 공통분모가 있을 것이고 짐작한 친구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이 공통관심사를 접목하여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룬 성과가 바로 <행복은 전염된다>였다고 하니 옛날같으면 기이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마치 고등동물의 신경계를 닮았습니다. 고등동물의 신경계는 신경세포들이 서로를 연결해주는 신경섬유를 통하여 복잡하게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신경연결망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을 수용하거나 외부로 반응을 내보내거나 사고를 하는 등의 같은 기능을 하는 세포들의 집단들끼리의 연결은 더욱 밀접하다는 것입니다. 생물의 신경계는 단순한 구조와 기능을 하등동물로부터 고등동물로 갈수록 숫자나 연결도 많고 기능도 복잡하게 진화되어 왔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인간관계라고 말씀드린 것처럼 인간사회 안에서 한 인간은 하나의 신경세포처럼 ‘노드’(개인적으로는 그물을 엮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매듭’이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용어라 생각합니다.)가 되고 사람사이의 관계는 바로 신경섬유의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소셜 네트워크가 가지는 기본적은 두 가지 사항은 매듭의 ‘연결’과 이를 통한 ‘전염’(전염이란 미생물의 전달로 인하여 생기는 감염증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기 때문에 ‘전달’ 혹은 ‘전파’가 좋다는 생각입니다)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서 전염의 범주에는 병균, 돈, 폭력, 패션, 신장, 행복, 비만 등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들은 이들이 어떻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일어나는가 하는 것을 인문과학적 연구방법 등을 통하여 증명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기본사항을 바탕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규칙은, “1. 우리 네트워크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다. 2. 네트워크가 우리를 빚어낸다. 3. 친구들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4. 침구의 친구의 친구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5. 네트워크는 자체 생명력이 있다.(39-52쪽)”로 요약됩니다.
지구상의 어떤 사람이더라도 6단계만 거치면 연결될 수 있다고 하는 케빈 베이컨 게임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처럼 가까울 수도 있는 인간관계에서 서로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 일까를 연구하기 위하여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총 1만 2067명을 연구 추적해 보았더니, 친구(1단계)가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15% 상승했으며, 2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10%, 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친구의 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6%였다. 그리고 4단계에서는 그 효과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3단계 영향규칙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영향력의 전파가 제약을 받는 것을 고유감쇠, 네트워크 불안정성, 진화목적 등의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였습니다.(55-56쪽)
저자들은 1962년 탄자니아의 부코바에서 일어난 웃음병이 전파된 사례를 인용하여 집단심인성 질환으로 설명하면서 감정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하여 확산될 수 있는 것처럼 행복 역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하여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행복은 전염된다>는 제목이 정해진 배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들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주 의도적이고 식별 가능한 종류의 사회적 유대이기 때문에 성 네트워크를 연구하면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자살의 전염성 역시 소셜 네트워크의 파괴적 위력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인데, 우리는 유명인의 자살이 불러일으키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하여 이미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유명인의 자살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언론은 유명인의 자살을 매우 감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저자들이 인용하고 있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자살의 전염성을 높일 잠재력이 작은’ 것으로 평가하는 유형의 뉴스기사(193쪽)을 참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자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에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방식을 인용하여 인터넷의 소셜 네트워크가 현실세계의 소셜 네트워크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분들은 참고하실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에서 지나친 이기심이 단기간의 승리를 얻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타심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2000년 미국 CBS방송국이 방영하여 큰 인기를 모았던 <서바이버>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관련하여 일었던 제2차 광우병파동사태를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던 뱅크런 사태가 영국의 노던록은행에서 발생하여 수습되는 과정(211쪽)이나 앞서 든 탄자니아의 부코바에서 일어난 웃음병의 전파 사례로 집단심인성 질환과 남을 따라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심리를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집단심인성질환과 마찬가지로 뱅크런도 자체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진 상태에서는 불과 몇 사람의 비정상적 행동만으로도 그 파급효과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들불처럼 번져나갈 수 있다.(214쪽)”고 저자들은 뱅크런 사태를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과정은 뉴욕 도심에서 미리 투입된 요원이 높은 건물을 올려다보는 행동으로 주변인물들이 따라서 올려다보도록 유도하는 행동유도실험에서 유도요원의 숫자가 많을 때 파급효과가 크더라는 결론 등이 되겠습니다. 여기에서 유도요원의 사회적 위치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당시 모든 지표들이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통제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가르키고 있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지 못하고 불안에 떨었으며, 광우병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EU국가들이 공식적으로 광우병이 소멸단계에 이르렀다는 선언을 한 지금, 당시 위험을 강조하던 분들은 여전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2008년 광우병사태에 대한 상세한 분석결과가 나와있었더라면 저자들이 이 책에서 인용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인터넷 등을 통하여 확산되던 잘못된 정보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던 분들, 특히 젊은이들이 보내온 질문에 성심을 다해 답변을 드렸던 적이 있고, 최근에 그 가운데 한 분이 “1년 전에 제가 너무 광우병관련한일 때문에 귀찮게 한거 같습니다. 지금확인해보니까 쪽지를 엄청보냇네요 ㅎ 당시에는 광우병 공포에 사로잡혀 도가 지나친 걸 모르고 질문한거 같아요. 하지만 친철하게 답변해주신 덕분에 저만 아니라 주위사람들에게도 올바른 지식을 알려준 거 같아 좋습니다. 그땐 정말 어떻게 하나 하면서 불안감에 사로잡혓는데 답변해주신 덕분에 마음도 편해진 거 같아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쪽지를 보내주셔서 큰 보람을 느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무리를 하면, “우리가 만들어낸 네트워크는 자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네트워크는 성장하고, 변하고, 번식하고, 살아남고, 죽는다. 그 안에서 많은 것이 흘러다니고 움직인다.(437쪽)”라고 정의한 것은 “단세포 생물이 합쳐저 다세포 생물이 되고, 개체들이 모여 초생물체가 된 것(439쪽)”이라는 진화생물학의 개면을 소셜 네트워크에 적용한 것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소셜 네트워크는 개인과 사회의 소중한 공공자원으로 혜택을 제공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442쪽).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의 불평등은 우리 사회에서 관심이 점증하고 있는 인종, 소득, 성별, 지역에 따른 불평등과는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소셜 네트워크는 앞서 언급한 개인적인 특성보다는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공공자원인 소셜 네트워크를 건강하게 자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개성은 어느 정도 잃게 되는 것처럼 자신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점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