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쇼크 -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
테드 피시먼 지음, 안세민 옮김 / 반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저의 독서화두 가운데 노화와 장수는 죽음과 함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테드 피시먼기자의 <회색쇼크>는 한마디로 ’충격‘ 자체였습니다. 얼마 전 읽은 <과학, 죽음을 죽이다>에서 조너던 와이너교수는 케이브리지대학교 노화이론가 오브리 데비드 니콜라스 드 그레이(Aubrey David Nicholas Jasper de Grey)가 예측한 인간의 수명이 앞으로 500년 그리고 이어서 1,000년으로 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영원히 살 수도 있다는 주장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런 세상이 불과 40년 뒤에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295060).

현재 개발도상국까지를 포함하는 전세계 국가들이 빠른 속도로 노령화되어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고령인구가 많은 몇 안되는 국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유엔은 2050년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가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의학의 발전에 따라 영유아 사망률이 급감하고 급성 전염병이 통제되었을 뿐 아니라 각종 암질환의 치료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이 하나이며, 또 다른 하나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임금의 성별격차도 상당부분 해소되었고, 여성이 일정 수준의 평등을 달성함에 따른 부수적인 변화라는 것입니다. 즉, 결혼을 늦추고 자녀를 늦게 갖는 것인데, 과거 가족노동력이 중요시되던 1차 경제 중심사회에서 미덕이었던 다산(多産)이 개인중심 사고와 육아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회적 고통이 되고 만 것입니다.

운송 및 통신수단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국가 간의 관계가 상호 긴밀해지면서 인적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거리가 획기적으로 짧아지게 됨에 따라서 한 국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는 곧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스페인의 급속한 고령화는 에콰도르의 사람들의 이주를 불러왔고, 심지어는 이라크에 파병했던 군대를 철수하기로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쳤는데, 젊은 인구의 감소와 가족규모의축소로 인하여 젊은이들이 희생될 수도 있는 위험한 곳을 꺼리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22쪽).

피시먼기자는 전지구적 고령화가 미래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러한 변화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의 통찰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전세계를 다니면서 만난 수백 명의 사람들과 나눈 대화들을 통해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플로리다와 미시건주의 록포드시, 스페인, 일본의 고령사회와 중국에서 시작되고 있는 고령화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현상을 치밀하게 분석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이라던가 과학이 노화를 막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장이 사족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플로리다주는 은퇴한 노인들의 천국으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곳을 찾아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정리한 플로리다에서 진행되어온 노인정책은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미시간주의 갤러머주시에서 일어난 사회의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 역시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 도시에 있던 제약사인 업존이 스페인의 파마시아와 합병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출산율이 낮아지고 인구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무렵 캘러머주 교육감이 제안한 프로미스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의 활력을 되살리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었습니다(320쪽).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유치원으로부터 고등학교까지 이 지역에서 졸업한 학생이 미시간 주립 칼리지나 대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등록금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지역으로 유치할 대상으로 기업이 아닌 가정을 선택한 것인데, 교육은 사람들을 재배치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본 것입니다.

청년실업은 여전히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커다란 문제입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어떤 분야가 주목받을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라면 이 책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보건복지정책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 역시 <회색쇼크>는 미리 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떻든 장수와 건강한 노화가 반드시 선(善)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사회복지보다는 탈지역주의에 집중했던 노무현정권에서 병원식대의 보험재정부담과 같은 선심행정으로 지탄을 받았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령화 문제를 은퇴한 노인의 복지문제 정도로 생각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 담긴 인터뷰 내용이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 한국 사회의 고령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바란다.”는 추천의 글을 적었습니다만, 사실은 장관 재임시절 출산율 급감과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았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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