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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충격 - 테크놀로지와 함께 진화하는 우리의 미래
케빈 켈리 지음, 이한음 옮김 / 민음사 / 2011년 5월
평점 :
문학평론가 조우석님은 케빈 켈리의 저서 <기술의 충격>를 읽고, 한 단어로 압축해서 “뷰티풀!”이라 하였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239882). 저도 흉내를 내보려 머리를 쥐어 짜 보았습니다만, 그 보다 더 좋은 표현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제1장 의문을 품다’에서 저자는 대학을 중퇴하고 기술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아시아의 오지를 돌아다닌 일부터 귀국해서도 미국대륙의 횡단여행에 이르기까지 10년의 세월을 보낸 끝에 자신이 기술의 본질을 잘 모른다는 점과 기술과 모순되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기술에 관한 탐구에 다시 7년여의 시간을 투자해서 정리한 결과가 바로 <기술의 충격>이라고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기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상에 대한 저자의 열린 시야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테크늄(technium)이라고 하는 생소한 단어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요동치는 더 크고 세계적이며 대규모로 상호 연결된 기술계(system of rechnology)”를 의미하는 단어로 테크늄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덧붙여서 “테크늄은 반질거리는 하드웨어를 넘어서 문화, 예술, 사회 제도, 모든 유형의 지적 산물들을 포함한다. 그것은 소프트웨어, 법, 철학개념 같은 무형의 것도 포함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그것이 더 많은 도구, 더 많은 기술 창안, 더 많은 자기 강화연결을 부추기는, 우리 발명품들의 생성충동을 포함한다는 것이다.(21쪽)”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나누는 6가지 생명계에 추가하여 테크늄을 제7의 생명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나 꾸준한 진화과정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게 된 것처럼 테크늄 역시 생명체 이전의 우주가 생성된 이래 점진적이고 꾸준한 진화를 거쳐서 현재에 이르렀으며 현대에 들어서면서 그 진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앞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어놓고 있고,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테크늄은 이제 우리 세계에서 자연처럼 위대한 힘이며, 테크늄에 대한 우리의 반응도 자연에 대한 반응과 비슷해야 한다.”고 하며 그러기 위하여 기술의 행동을 이해하고 기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What technology wants (기술이 원하는 것)>이라고 했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번역된 책의 제목처럼 <기술의 충격>이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제7의 생명계인 테크늄이 다른 생명계와의 중요한 차이점은 두 가지라고 하는데, “생명에서는 형질의 혼합이 시간상 ‘수직적으로’ 일어나는데 반하여 테크늄에서는 주로 수평으로 일어난다는 점과 유기체의 진화는 점진적인 변형이 규칙이고 혁명적인 단계는 거의 없는데 반하여 기술은 앞으로 도약하고, 갑작스럽게 뛰고, 점진적인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는 점이지만, 태어난 것의 진화와 만들어진 것의 진화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생물학상의 종과 달리 기술의 종은 멸종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67쪽)” 라고 합니다.
캘리는 기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기 위하여 먼저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보려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했지만 거슬러 올라갈수록 그것은 더 먼 과거로 물러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인류기원부터 추적을 시작하여 결국은 생명체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기술의 질이나 양은 보잘 것 없었지만, 인류를 비롯하여 생명체가 기술없이 생활하던 시기가 있었는가 살펴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선대로부터 본능적으로 전달되던 무형의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게 된 계기는 언어가 만들어진 것이 첫 번째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다시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 문자가 만들어져 유형의 기록을 남기게 되면서 두 번째 도약이 이루어지고, 다시 인쇄술이라고 하는 문서의 대량생산이라는 기술적 진보에 힘입어 세 번째 도약이 가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기록은 기술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상호교류하여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었던 것인데, 최근 들어 기술의 폭발적 발전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이를 연결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컴퓨터가 온라인에 접속한 가상 슈퍼컴퓨터를 가정하면 10억대의 온라인 개인용 컴퓨터가 연결되어 엄청난 양의 정보가 교환되는데,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적용할 수도 있겠다 보여집니다. 따라서 저자는 테크늄은 생물학적 진화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추진해온 자기 조직화 과정을 지금 증폭하고 확대하고 가속시키고 있어 ‘가속된 진화’단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새로운 기술이 가지고 올 수 있는 치명적 상황에 대하여 인용한 '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눈길이 끌렸습니다. 2008년 촛불정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 가운데 ‘사전예방의 원칙’이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것은 환경부문에 대한 1992년 지구 정상회의에서 리우선언의 일부로 고안되었는데, 원래는 “철저한 과학적 확신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것이 환경파괴를 예방할 비용 효율이 높은 수단을 미룰 근거로 쓰여서는 안된다.(301쪽)”라고 권하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이 구절은 그 후로 “불확실하지만 상당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보이는 활동들은 그 활동의 옹호자가 그것이 감지할 수 있는 피해 위험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금지되어야 한다.(301쪽)”로 보완 강화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예방 원칙이 정말 아주 잘하는 것이 하나 있다. 기술발전을 멈추는 것이다.(302쪽)”는 맥스 모어의 언급이나, “우리는 예방 원칙이 나쁜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가치가 있음에도 어떤 방향으로도 이끌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303쪽)”는 카스 선스타인의 주장을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모든 기술은 어딘가에서 해로운 영향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에방원칙의 논리에 따른다면 어떤 기술도 허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바로 여기가 우리의 선택이 개입되는 지점이다. 신기술의 진화는 불가피하다. 우리는 그것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각기술의 특징은 우리에게 달려있다.(323쪽)”고 정리하고 있는데, 기술에 담을 쌓고 살아왔던 저자의 생각이 전면수정된 것은 기술의 역사에 대한 깊은 사유의 결과라 보여집니다.
참고로 저자가 제시한 우주의 두 종류 게임을 소개합니다. 바로 유한게임과 무한게임입니다. 유한게임은 카드게임, 포커판, 복권, 축구와 같은 스포츠처럼 누군가 이길 때 끝이 나는데 반하여 무한게임은 진화, 생명, 마음, 테크늄과 같이 게임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428쪽) 모든 참가자가 가능한 오래 게임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변하지 않는 규칙을 가지고 하는 유한게임과는 달리 무한게임은 규칙을 바꿔야만 계속 진행할 수 있고 규칙을 상대로 게임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창조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비치는데 솔직하게 제대로 이해되지 않아 깊이 언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끝으로 사족이 될 것 같습니다만, 언젠가 신문기사로도 소개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만, 저자가 기술의 진화모델을 설명하는 자료로 동아시아지역의 야간 위성사진에서 밝게 불빛이 점멸하는 인근국가들과는 달리 평양지역을 제외하고는 캄캄한 북한지역을 인용하여 현대기술이 부재한 국가라고 꼬집고 있어(224쪽) 안타까움보다 아픔을 느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