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미래 - 인류의 미래에 관한 눈부신 지적 탐험
데이비드 오렐 지음, 이한음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인류의 미래에 관한 눈부신 지적탐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데이비드 오렐박사의 <거의 모든 것의 미래>를 읽게 된 것은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상이변과 화석연료의 한계 등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예측에 힘을 얻어가는 것 같아서입니다. 데이비드 오렐박사는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예측모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일기예보가 자주 빗나가는 것은 혼돈(나비효과) 때문이 아니라 날씨예측 모형 자체의 오류 때문으로 나비효과가 일기예보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미미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기상학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오렐박사는 모형오류 논쟁을 계기로 예측과학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예측이 가장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영향력이 가장 큰 날씨, 건강, 경제의 분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하는 이슈를 집중적으로 검토하여 그 결과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그가 세 분야에서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 까닭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상예보는 질병이나 경제예측과 거의 무관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세 분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세 분야는 종종 서로 영향을 미치므로, 예측은 본질적으로 전체론적인 일이다.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폭풍우가 미치는 영향은 지상의 조건들에 의존하며, 엄청난 경제적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 또 이 세 종류의 예측은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며 공통의 기원을 갖는다. 점성술이 바로 그것이다. 점성술은 출생이라는 생물학적 사건이나 수확하기에 좋은 날씨라는 기상학과 경제적 사건을 행성들의 운동과 연관을 짓는다.”

오렐 박사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제1부에서는 예측과학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현대의 예측가들은 고대 그리스부터 내려오는 물리적 우주의 모형화라는 오랜 전통을 이어받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예측가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한몫을 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제2부에서는 날씨, 건강, 부라는 구체적인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예측활동을 살펴보고, 오늘날 예측을 본업으로 삼는 과학자들이 쓰는 기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3부에서는 이 별개의 흐름3들이 어떻게 지구의 장기예측으로 통합되는지 안내하고 구체적으로는 2100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고 있습니다.

오렐박사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1. 수학모형은 세계를 단순한 기계적 용어로 해석한다. 2. 생물은 예측을 벗어나는 특성을 지닌다. 3. 예측에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4. 그래도 여전히 가능한 예측도 있다. 5. 우리는 예측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

저자의 결론을 먼저 인용한다면, 오렐박사는 “지금까지 개발된 수학모형은 대기, 생물, 경제 계의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 데 계속 실패해왔다. 모형은 미래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수학모형이 세계의 문제를 규명하거나 현재를 이해하는 데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 수학모형은 언제나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언어와 마찬가지로 모형도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의 사고를 조직하고, 서로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모형은 가상의 실험을 수행하고,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살펴보며, 약점을 드러내는 일을 돕는다. 무엇보다도 모형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고 정리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의 수학모형으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따라서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그룹이나 이에 대하여 회의적인 그룹의 주장이 모두 틀릴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다만 오렐박사가 인용하고 있는 모아이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스터섬과 솔로몬제도 근처에 있는 티코피아섬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실을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 곳 모두 사람이 정착하기 전에는 숲이 우거지고 다양한 동물과 물고기가 풍부한 아열대 낙원이었다고 합니다. 이스터섬에 정착한 사람들은 모아이를 세우기 위하여, 농경지를 만들기 위하여, 혹은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나무를 베어냈는데 결과적으로는 섬에서 숲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되어 전성기에 1만명에 이르던 인구가 유럽사람들이 찾았을 때는 2000명에 불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티코피아섬에서는 사람들이 정착한 이후 섬에 있는 자원들이 줄어드는 상황에 이르면서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의 혜택을 누리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출산과 식량소비를 규제하는 금기들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티코피아는 여전히 예전과 같은 수준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1990년대에는 인간광우병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사망자 수가 훨씬 낮다는 추정값이 나왔다.(387쪽)”는 인용부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목에 관한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 <거의 모든 것의 미래>가 마치 우리네 삶의 모든 것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묘안이 담긴 것처럼 느껴집니다만, 원제는 <Apollo's arrow; The Science of Predictio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입니다. 원제의 부제를 제목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아폴론의 화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졌는데,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아폴론의 화살은 미래로 날아가거나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는 없다. 그러나 위험을 가리키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 우리가 항해하도록 도와주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적고 있어 예측과학이 우리의 미래를 정확하게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안내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오렐박사는 아폴론의 화살에 숨은 이야기를 따로 전하고 있습니다. 아폴론이 젊어 혈기방장하던 시절 거대한 뱀 피톤을 만났을 때 피하지 화살 한통을 다 쏘아 죽였는데,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딸 피톤을 죽인 행위를 배상하기 위하여 8년 동안 소몰이꾼으로 봉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델포이로 돌아와서는 가이아의 신탁을 탈취해서 예언의 신이 되었는데,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태어났을 때 아폴론의 신전에서 ‘지금까지 살았던 어느 누구보다도 외모와 지혜가 뛰어난 자’라는 신탁을 받았다고 합니다. 피타고라스는 아폴론신을 섬기는 히페르보레오이족의 아바리스로부터 아폴론이 지녔었다는 신성한 화살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폴론의 화살은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어 장애물을 넘게 해주고, 전염병의 확산이나 독을 정화하는 능력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마법의 힘이 예측수학에 깃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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