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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계 -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매혹적인 심리 실험
엘렌 랭어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즈음 동안(童顔)을 주제로 한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흔히 동안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안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에서도 적지 않은 나이를 속여 디자인회사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의 나이를 의심하는 동료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낙천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많이 늙었으면 속으로 마음고생이 많았나보다 싶습니다.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우리나라 경제가 위축되면서 명예퇴직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하여 한창 일할 사람들이 일터에서 물러나는 사태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일할 때는 거울들여다 볼 시간도 없었지만, 일없이 집에 있게 되니 하루하루 늘어가는 주름이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된다고들 합니다. 아무래도 현업에서 물러나게 되면 자신이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마련이고 집안에서의 위치도 점점 뒷켠으로 물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때부터 나이를 먹는다는 느낌이 몇배나 빨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시계>는 바로 엘렌 랭어박사가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심리실험의 결과를 토대로 생각의 활기는 물론 몸의 활력도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실험을 통하여 증명해 보이는 책입니다. 실험은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의 노인들은 매사를 스스로 결정하여 행동을 하도록 하였고, 또 다른 그룹은 관례대로 요양원 직원들의 돌봄으로 피동적으로 받도록 하였더니 1년 6개월이 지난 다음 첫 번째 그룹의 노인들이 더 쾌활하고 활동적이며 민첩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데서 출발한 것입니다. 신체적으로도 더 건강해졌고 심지어는 사망률 역시 절반에 미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실험은 1979년 9월 뉴햄프셔 주의 피터버러에 있는 오래된 수도원을 다시 단장해서 1959년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하여 진행되었습니다. 모두 8명의 노인들이 인터뷰를 통해서 선정되었는데, 4명은 1959년의 시간에 맞추어 마치 당시에 사는 것처럼 현재진행형으로 생활하였고, 다른 4명은 20년 전인 1959년을 회상하면서 1주일을 생활하여 생활태도를 비롯하여 신체활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비교해보는 실험이었습니다.
노인들은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장면을 흑백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카스트로의 아바나 진격과 공산주의 등 1959년 당시의 시사적인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으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냇 킹 콜의 노래를 듣고 옛날 영화를 보았습니다. 가족이나 간병인의 도움없이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요리와 설거지, 청소 등 그간 배려하는 이름으로 해보지 못했던 육체활동을 하면서 꼭 1주일을 보냈습니다. 그 결과는 20년 전의 세상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1주일을 보낸 노인들 대부분 스스로도 젋어졌다고 주장했으며 시력과 청력, 기억력, 악력이 향상되고 체중이 늘었습니다. 심지어 누군가의 부축 없이는 걸음을 내딛기가 힘들었던 한 노인은 지팡이를 집어던지고 꼿꼿한 자세로 걸었으며, 연구원들과 미식축구 경기를 즐기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년 전을 회상하는 그룹보다도 20년 전의 시간에서 살아낸 그룹이 뚜렷한 차이를 보여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엘렌 랭어박사는 이 실험 이외에도 자신의 연구성과들은 물론 다른 이들의 연구결과도 적절하게 인용하여 삶의 질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 우리가 현대의학의 성과에 지나치게 매여 살고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반적인 실험에서는 실험자의 가설에 부합하지 않는 피험자는 데이터상 달갑지 않은 잡음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내계는 그러한 예외의 경우가 오히려 연구의 초점이 된다.(33쪽)”와 같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의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옹호한다면 현대의학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은 통계학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 큰 동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개별사례는 통계적 처리 안에서 묻히게 되는 것입니다. 랭어박사의 주장처럼 의학의 큰 틀에서 벗어나는 독특한 사례에 주목할 필요도 있겠지만,아직까지는 개별사례에 주목하여 별도로 다루는 것을 일반화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발전하고 있는 유전공학 영역에서는 유전자수준에서 개별적 접근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입니다만, 저자가 연구성과를 인용하는 경우 그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의 이름을 모두 거명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입니다. 학술논문에서도 대표저자만을 인용하는 것이 관행인 점을 고려한다면 읽기에 번잡하더라는 느낌을 전합니다.
<마음의 시계>를 읽게 되면 자신의 삶에 대한 또 다른 눈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네 가지가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것에 언제나 똑같이 반응할 수도 있고, 같은 것에 달리 반응할 수도 있으며, 같은 것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수도 있고, 다른 것에 다르게 반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하지 않는 점은 비슷하고 다름을 결정하는 장본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렇습니다. 동안을 얻기 위하여 보톡스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각과 생활태도를 선택하는 것이 뜻하지 않은 부작용도 피하면서 효과 역시 빠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