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간
데이비드 폴레이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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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살아온 날이 남아 있는 날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고 보니 가끔씩은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굴곡이 적지 않은 삶이었기 때문인지 가끔은 그때 내가 선택한 길이 최선이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삶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던 갈림길을 만나게 된 것도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계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분노와 짜증을 잠재우는 감정조절의 원리’라는 비교적 긴 부제와는 달리 <3초간>이라는 제목은 짧습니다. 하지만 짧다면 짧은 3초가 때로는 엄청나게 느리게 흘러가는 경험을 해보신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책을 읽다보면 서문에서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책에서 담아내고 싶은 주제를 풀어내는 경우를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플레이처럼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그야말로 원대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감정조절이 안되는 타인 때문에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거나, 스스로 감정조절이 안 되어 타인에게 괴로움을 주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겪어봤던 것들이다. … 책을 읽은 여러분이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소통방식을 변화시키길 희망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훨씬 생산적으로 인정이 넘치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원한다.”고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인생의 나침반으로서의 ‘3초 법칙’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었습니다. 책갈피에는 저자의 결정적인 경험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난폭하게 운전을 한 상대 운전자가 도리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가 탄 택시의 기사는 놀랍게도 그저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며 상대 운전자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기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어떻게 그리 침착할 수 있느냐고 묻지 기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쓰레기차와 같다. 마음속에 온갖 좌절, 분노, 실망을 꽉꽉 채운 채 돌아다닌다. 만약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그들은 가지고 다니던 쓰레기 감정을 온통 우리에게 쏟아낼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 말에 깊은 깨달음을 얻는 그는 이후 타인의 부정적인 r마정에 상처받지 않는 법, 나아가 남에게 성처부지 않는 법에 관해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기적의 3초법칙”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외부로부터 받은 자극에 대하여 마음에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내는데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하였는데, 지금 내뱉고 싶은 말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1단계, 내게 화를 내는 상대 혹은 화가 나려는 자신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미소를 짓는 2단계, 그리고 하고 있던 일, 혹은 하려고 했던 일에 바로 돌입하는 3단계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제1단계라는 것입니다. 즉 끓어오르려는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당연히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1단계를 마무리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3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누군가와 갈등을 빚었던 순간은 대부분 스스로의 감정을 되돌아볼 여유없이 즉각반응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참을 인(忍)을 세 번 쓰면 살인도 피해갈 수 있다는 우리 옛말이 생각납니다. 역시 우리 선조님들은 위대하신 분들입니다. 마음속으로도 참을 인(忍)을 세 번 쓰려면 적어도 5~6초는 흘러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참자, 참자, 참자라고 되뇌는 사이에 들끓던 감정이 상당히 가라앉게 되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독자는 “당신은 타인의 분노, 화, 짜증에 얼마나 휘둘리는가?”, “당신은 타인에게 분노, 화, 짜증을 얼마나 쏟아내는가?”에 관한 두 개의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런 방식에는 공연히 심사가 뒤틀리는 타입이라서 일일이 답을 달지는 않았습니다만, 4분위로 나눈 평가에서 중간보다 다소 높은 점수가 나올 것 같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는 편이기도 하면서 남에게 감정을 쏟아내는 편이기도 하다는 결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테스트를 마음근육테스트라 이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감정의 요동을 제압할 수 있는 근육이 얼마나 단단하지 검사해보는 것이죠?

저자가 “1장 화내고 짜증부리고 괴롭히는 사람들을 웃으며 무시하는 법, 2장 무거운 마음을 가뿐히 들어올리려면, 3장 상처 주지 않고 살아가기, 4장 혼자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로 나누어 든 20개의 이슈들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흔히 만나는 감정돋구는 사례들인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함으로서 스스로의 감정도 지키고 타인과의 갈등도 피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 저자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례별로 감정지키기 연습과, 3초법칙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정리하는 친절을 베풀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례들이 내가 이미 겪어본 것들인 까닭에 마음에 금새 와 닿고 저자의 조언을 나의 삶에 적용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보니 지난주에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갈등을 만들고 그것들을 풀기 위해서 시간을 소모해야만 했던 기억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감정지키기 실천계명을 인용합니다. 1.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감정폭군들을 무조건 무시하라. 2.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지워버려라. 3. 남에게 감정폭군이 되지 말자. 4. 감정조절이 안 되는 타인이 있으면 가능한 도와라. 5. 감사의 순환 속에서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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