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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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보릿고개를 넘어보기 위하여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출에 목을 매던 시절이 엊그제 같습니다. 그때는 조금만 참으면 굶주림을 면할 것 같다는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금새 이룰 것 같았고 그렇기 때문에 마음 한 귀퉁이에 걸린 불편함은 지그시 눌러둘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견뎌왔던 우리 국민이 소위 IMF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경제위기에 봉착했고, 또 그 위기를 극복한 위대한 민족이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웠던 것도 기억의 한 귀퉁이에 처박혀있습니다.

아직은 글로벌경제블록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체질이 갖추어지지 못한 까닭이었는지 한방에 나가떨어졌던 우리가 카운트아웃 직전에 일어서 다시 글로벌경제블록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버티려는 순간 이번에는 글로벌경제가 독감에 걸려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곁다리로 녹다운될 위기에 몰렸지만, 그래도 한번 맞아본 경험이 도움이 되었는지 그중 제일 먼저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해합니다.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태형님은 <불안증폭사회>를 통해서 “오늘의 한국인은 단군 이래 최악의 불안과 우울, 무기력과 분노를 경험하고 있다. G20 정상회담 주최, GDP 증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도달, OECD 가입 등 갖가지 성공적인 지표 이면에는 한국인의 어두운 그림자를 알려주는 통계가 도사리고 있다. 행복지수는 세계 50위권에 불과하고 OECD 국가 중 남녀 소득 격차, 국채 증가율, 세부담 증가율, 저임금 노동자 비율, 근로 시간, 노동유연성(해고의 용이성), 산재 사망자, 비정규직 비율, 이혼율, 자살률, 사교육비 비중 등이 1위인 대한민국. 이 보고들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생존을 위협당하며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마음의 병이 스며드는 일차적 원인은 사회에 있고, 그 비중은 70퍼센트 된다고 한다면 개인적 요인은 30퍼센트라고 합니다.

저자는 1장 “불안과 공포에 점령당한 사회”에서 우리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민초들이 당면하고 있는 불안과 공포는 근본적으로 1990년대 들어 서서히 밀려오던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것이라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로 새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한국민의불안을 증폭시키는 9개의 심리코드로 들고 있는 이기심, 고독, 무력감, 의존심, 억압, 자기혐오, 쾌락, 도피, 분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안전한 평생직장 따위는 없다.(13쪽)”는 저자의 진단이 과연 옳으냐는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전한 평생직장의 개념은 적당히만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테니 치열한 경쟁 따위는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사회는 경쟁보다는 평등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누군가 땀 흘려 수확해 곳간에 쌓아둔 재물을 모두 꼭 같이 나누어 가지겠다는 속셈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기간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우리도 선진국처럼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 쌓은 능력을 바탕으로 보다 나은 조건의 직장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잡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합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외부로부터 인재영입을 배타적으로 저지하는 풍토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IMF위기 이후 한국사회가 사회안전망을 빠르게 확충하고 무한경쟁 대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경제발전 노선을 잡었더라면…(21쪽)”이라고 적은 부분도 방만하게 운영하던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조정과정에서 임금을 줄이는 대신 인적퇴출을 통한 구조조정을 선택한 것이 누구였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발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해 만들어진 한국식 경쟁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하는 ‘악의의 전쟁’이다.‘”라는 저자의 진단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없는 사회는 종국에는 침체국면을 통해서 퇴보하기 마련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의 헤게모니를 다투었던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견제하던 시기가 아니었습니까? 신라가 외세를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하고서 한반도 안으로 몸을 숨기고 나서는 끝이었습니다.

저자가 한국사회에 만연되고 있다는 불안과 공포의 원인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주로 인용하고 있는 사례들은 지난 정권에서 불거져 결국은 국민들의 마음이 떠나가게 했던 무수한 사건들은 역사 속에 남겨두고 현 정부 들어 부각된 사건사고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사회병리현상이 불과 2~3년 만에 생겼다고 정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인식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3장 ‘멸종으로 가는 한국인, 어떻게 멈춰 세울 것인가?’에서는 인간관계를 재검토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찾아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어떻게 보면 손에 잡힐 것 같지만 막연한 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라는 부제와는 달리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은 어찌 보면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에 불안심리를 조성해서 경쟁을 피하고 소극적인 삶에 안주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경쟁은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동력(動力)이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의 축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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