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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U. R. - 로줌 유니버설 로봇 ㅣ 이음스코프
카렐 차페크 지음, 유선비 옮김 / 이음 / 2020년 4월
평점 :
꼬리를 무는 책읽기였습니다. 최근에 읽은 <평범한 인생>의 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에 쓴 <R.U.R. 로줌 유니버설 로봇>에서 로봇이라는 단어와 개념을 처음 소개했고 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로봇은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습니다만, 그 개념이 벌써 100년도 넘은 옛날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R.U.R. 로줌 유니버설 로봇>은 희곡으로 1921년 1월 25일, 체코 프라하의 국립극장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로봇(robot)은 외부의 지시나 명령에 의해 행하는 노동이라는 의미를 가진 체코어 로보타(robota)를 작가가 변형한 단어로 ‘노동, 노역’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했습니다. 작중에 등장하지 않는 로줌 시니어가 10년의 연구 끝에 남자 로봇을 개발하였지만, 겨우 3일을 살았다고 합니다. 로줌 시니어가 만든 로봇은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 일종의 인조인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 발전시킨 것은 로줌 시니어의 조카이자 공학박사인 로줌 주니어였습니다. 로줌 주니어는 해부학을 공부한 끝에 인간의 신체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고 해부학적 조직을 단순화하여 살아있고, 지적이며 노동에만 종사하는 기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니까 영혼이 없는 인조인간, 즉 인간형 로봇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장에서 대량생산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과정에서 주어진 업무만을 행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작가에 의하면 로봇은 인간이 아니고, 기계적으로 인간보다 더 완벽하고 명석한 사고력을 가졌지만, 영혼은 없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R.U.R. 로줌 유니버설 로봇>에는 철학적 장치를 두었습니다. 로봇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데 성공한 천재적 인물들 로줌(Rossum)은 ‘이성, 지능’이라는 의미를 가진 체코어 로줌(rozum)에서 가져왔으며, 로줌 유니버설 로봇의 대표 도민은 ‘신’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도미누스(dominus)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로줌 유니버설 로봇사를 대표하는 도민이 생각하는 세상은 지금까지 인간이 해온 노동을 로봇이 대신하고 인간은 삶을 즐기는 낙원 같은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민의 부인이 되는 헬레나는 그리스 신화에서 트로이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헬레나처럼 미모를 자랑하면서 로봇이 기계에 불과하다고 인식하는 로줌 유니버설 로봇사의 사람들과는 달리 그들에게 영혼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신화에서처럼 로봇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그런 인물입니다.
회사의 생리학과 실험부장 갈 박사가 헬레나의 요구에 맞는 실험적 로봇을 제작하게 되었고, 이렇게 만든 로봇이 반란을 주도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인간을 닮은 로봇은 서로 죽이고 죽는 인간의 취약한 점을 따라가게 됩니다. 반란을 일으킨 로봇들이 모든 인간들을 살해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문제는 헬레나가 로줌 시니어와 주니어가 남긴 로봇제작에 관한 기술서를 태워버렸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모두 사라지자 공장에서는 새로운 로봇을 제작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결국 로봇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더라는 데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인간을 대체한 로봇들의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작가는 밝히지 않은 것입니다.
로봇이 실제로 우리 삶의 현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산업현장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에 대하여 이 책에 처음 등장했던 로봇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입니다. 그렇게 등장한 로봇은 발전을 거듭하여 미리 입력한 정보에 따라 이동이 가능하며 움직일 수도 있는 인간형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발전된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최선의 방식을 선택하는 수준에서 스스로 사고하여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면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