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지련 세계문학의 숲 25
장아이링 지음, 임우경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중국현대문학기행을 적고 있습니다. 상해에 있는 영화 <·>의 촬영현장을 찾아갔던 인연으로 작가 장아이링의 <적지지련>을 읽었습니다. 1920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청나라 관료의 후예이자 수구파였던 장즈이(張志沂í)와 해외유학파 신여성 황이판(黄逸梵)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홍장 북양대신의 외증손녀였습니다. 상하이의 성모여학교를 졸업하고 홍콩대학 영문과에 진학했습니다. 1941년 일본이 홍콩을 점령하고 상하이로 돌아와 생계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상하이를 접수한 뒤에도 활동을 이어갔지만, 사회주의 건설의 낭만주의가 시들고 정치적 광증이 거세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1952년 홍콩으로 망명하였다.


이 무렵 홍콩주재 미국 공보처의 지원을 받아 <앙가(秧歌)><적지지련(赤地之戀)>을 썼습니다. 하지만 홍콩에서 정착할 수 없었던 그녀는 1955년 난민자격을 얻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창작활동을 이어 갔지만 전성기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습니다. 그리고 1995년 죽음을 맞았습니다. 사후에 전성기 시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타이완 문단의 어머니로 칭송되었고, 사회주의 역사관이 물러난 대륙에서도 복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는 그녀를 친일작가, <앙가><적지지련>은 그녀를 반공작가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앙가><적지지련>은 지금도 대륙에서 출판되지 못하는 금서입니다.


<앙가>는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이후 토지개혁을 거치며 기아에 허덕이던 농민들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내용입니다. <적지지련>은 역시 주인공이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시행된 토지개혁과 삼반 운동, 그리고 한국전쟁에 참전하는 등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이징 대학을 갓 졸업한 류취안은 공산정권이 주도한 대학생 토지개혁단의 일원으로 시골 마을 한자퉈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황쥐안이라는 여학생을 만나 호감을 갖는다. 봉건적인 대지주의 재산을 몰수해 빈농에게 재분배한다는 토지개혁운동이었지만, 이미 부패한 당 지도부의 잇속차리기와 원칙 없는 일처리를 보면서 두 사람은 실망하게 됩니다. 토지개혁운동이 마무리될 무렵 류취안은 상하이로 발령을 받고, 황쥐안 역시 다른 사업에 참여했다가 상하이로 옮겨오게 됩니다. 상하이의 당 기관지 해방일보에서 일하게 된 류취안은 미모의 여간부 거산과 엮이지만, 상하이로 발령을 받은 황쥐안이 찾아오면서 관계가 복잡해집니다. 그러던 중에 류취안이 신문사 내부의 횡령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누명으로 공안국에 체포되고, 황쥐안으로 인하여 없던 혐의를 뒤집어 쓰고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면서 황쥐안은 류취안의 목숨을 구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에 실망한 류취안은 은 거산에게 도움을 청하고, 거산은 황쥐안에게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황쥐안은 류취안을 구하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영문도 모른 채 풀려난 류취안은 뒤늦게 진실을 알고 괴로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다.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대항하여 북한(조선)을 돕는다]를 내세운 중국인민지원군으로 참전한 것입니다.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부상을 입고 한국군에 투항한 류취안은 반공포로로 분류되었다가 마지막에 중공해설원의 회유에 응하여 타이완이 아닌 중공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합니다. 그 이유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중국 소설은 제목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적지지련(赤地之戀)>의 적지(赤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사전적으로는 가뭄이나 병충해 등으로 황폐화된 땅인데 붉은 땅, 즉 공산화된 중국에 대한 은유로 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련()은 청춘남녀의 사랑을 가리키는가 하면, 적지(赤地)에 대한 주체의 애정을 가리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직접 정한 영문판 제목이 <Naked Earth>인 점을 보면 헐벗은 땅에 대한 작가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보기 드물게 한국전쟁에 관한 소설 가운데 중공군의 시각을 담은 책이라는 점,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중국 공산당의 민낯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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