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家) 1 황소자리 중국 현대소설선
바진 지음, 박난영 옮김 / 황소자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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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트래블의 중국현대문학기행에서 상하이에 있는 바진의 집을 방문한 인연으로 그의 작품들을 읽고 있습니다. 그동안 <차가운 밤><휴식의 정원>을 읽었는데, 두 작품 모두 전환기의 가족제도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가족제도가 해체된 뒤에도 남아 있는 가족들 간의 갈등을 다루었던 것입니다. <()>는 두 작품에 앞선 해체되기 이전의 대가족제도가 안고 있는 갈등과 모순을 다루었습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저택에는 1대 가오()씨를 필두로 2대로는 커()자 돌림의 형제들, 3대로는 주에()자 돌림의 형제들 그리고 이들의 자녀까지 4대에 이르는 대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0여명의 구세대와 30여 명의 신세대 주인가족에 40~50명의 남녀 하인을 더하여 백여명이 살고 있고, 게다가 가까운 일가친척이 방문해서 머물기도 하니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족 단위로 각각 사는 공간이 다르고, 엄청난 규모의 화원과, 화원을 통하여 호수로 나갈 수 있다고 하니 저택의 규모도 엄청난 듯합니다.


이야기는 주에자 돌림의 형제들 맏형 주에신(觉新), 둘째 주에민(觉民) 그리고 막내 주에후이(觉慧)의 사랑과 결혼이 가오씨에 의하여 어떻게 뒤틀리고 갈등을 겪게 되는가를 보여줍니다. 맏형 주에신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젊었을 적의 꿈을 접고 일찍 가업을 물려받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두었던 사촌 메이가 아닌 우이주에와 혼인을 하게 됩니다. 주에신은 매사에 할아버지 가오씨의 뜻에 따라야 하고 숙부들의 뒷공론에 상처를 받습니다.


하지만 신식 교육을 받게 된 막내 주에후이는 전통과 윤리를 내세우는 할아버지의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반발하게 되는데, 특히 마음에 두고 있던 하녀 밍펑을 할아버지가 가깝게 지내는 노인에게 첩으로 보내겠다고 결정을 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밍펑이 호수에 몸을 던져 자결하는 사건이 조부에 대한 반항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핵심인물들, 주에 돌림의 삼형제나 할아버지 가오씨 등은 각자의 방식대로 가족들을 감싸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인데, 개개인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불만을 토로하고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결국은 이해와 소통의 부족이 가족들 사이에 갈등을 키우는 요소가 되었던 셈입니다.


봉건 가부장제도라고 해서 천편일률적으로 잘못된 관행이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막무가내로 전통을 고수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흐름을 민감하게 파악하고 받아들인 사람도 적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은 사고의 탄력성이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아니면 문제 없이 꾸려나갈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입니다. 더하여 구성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생각을 교환하고 논의를 거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되는 것입니다.


생각과 철학이 다른 대가족의 구성원들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중심을 잡아오던 가오씨가 돌아가시면서 대가족이 해체하게 되는 것을 보면 가오씨가 삶의 과제로 삼았던 전체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에서 갈등을 빚지 않고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 일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사는 도시를 다스리는 군벌이 교체되는 과정을 보면 당시 중국사회가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말 수 있었습니다.

가오씨가 죽음을 맞은 뒤에 불거진 갈등을 피해 주에후이가 상해로 떠나려는 것을 장례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막으려는 2대 가족들과 3대 가족들의 충돌은 이들이 결국은 해체의 수순을 밟을 것임을 짐작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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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진 지음

박난영 옮김

1; 302, 2; 327

20061017

황소자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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