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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평점 :
경제분야가 전문인 언론인 김경한의 <인문여행자, 도시를 걷다>를 베이징ㅡ상하이를 잇는 펀트레블의 중국현대문학기행의 첫날 읽었습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는 루쉰의 흔적을 이야기하고 있어서였읍니다.
작가는 경제기자이면서 인문학에 관심이 많고, 사람과 역사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인문여행자, 도시를 걷다>에서는 1부 유럽.미국, 2부 일본, 3부 중국, 4부 아시아. 5부 한국 등의 인문기행에 관한 글들을 담았습니다. 일본 인문기행의 경우 조금 일찍 읽었더라면 일본여행기를 담은 <설국을 가다>에서도 인용할 대목이 있었을 것인데 조금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베이징과 상하이의 중국현대문학기행에서는 언급할 대목이 있겠습니다.
실제로 베이징의 따산즈 798예술구에 갔을 때는, 생각지 못한 자유시간을 얻었을 때 <인문여행자, 도시를 걷다>의 도움을 받아 미술관 등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가던 날이 장날이라서 책에 쓰인 내용을 확인해볼 수는 없었습니다. 또한 “중국미술의 4대천왕이라고 하는 팡리준, 장샤오캉, 웨이민준, 쩡판즈가 오늘의 따산즈를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만, 798예술구에 관한 위키피디아에서는 네 사람의 이름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상하이에 있는 루쉰공원에서 작가는 잘 차려놓은 루쉰기념관, 그에 비하면 초라한 돌비석 하나만 서있는 윤봉길 의사의 흔적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루쉰기념관은 많은 사진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고, 루쉰의 묘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윤봉길 의사 기념관도 그리 초라하지만은 않게 정리되어 있었던 것을 보면 기념관이 들어서기 전에 루쉰공원을 다녀갔던 모양입니다. 루쉰공원에서 선남선녀의 인연을 짓는 작업이 한창이더라고 있습니다만, 제가 갔을 때는 그런 장면을 볼 수 없었고, 태극권을 비롯한 다양한 춤을 배우고 익히는 시민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작가가 다룬 62꼭지의 글 가운데 절반 가량은 가보았고, 작가가 언급한 것들을 읽거나 알고 있는 것들로 낯설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래선지 저자가 인용한 사실과 제가 알고 있는 것어 차이가 있는 것들이 있어 당혹스러웠습니다. 예를 들면 비운의 초호화유람선 타이타닉호가 리버풀의 앨버트 독이고 리버풀에서 출항했다는 부분입니다. 저의 첫번째 책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와 여덟번째 책 <우리 생활에 숨어 있는 유해물질>을 쓸 때는 편집자가 엄청나게 사실확인을 하는 바람에 초고를 새로 쓰는 느낌이었던 것 기억이 새롭습니다.
동아시아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점들이 잘 정리되어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실확인이 미흡한 부분이 옥의 티처럼 눈에 띄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더블린에서 제인스 조이스의 흔적을 찾아가는 글에서는 제인스 조이스의 대표작 <율리시스>를 언급합니다. “<율리시스>는 스티븐 디덜러스가 음탕한 여인 마리언 블룸을 만난 하루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내용이 음란하다는 이유로 당시 출판은 파리에서 극적으로 이루어졌다.(35쪽)”라고 했습니다.
<율리시스>는 1904년 6월 16일의 더블린이 시공간적 배경입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인 스티븐 데덜러스와 <율리시스>의 주인공인 리오폴드 블룸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주인공 블룸이 잠에서 깨어난 뒤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서 여러 가지 볼일을 본 뒤 다음 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와서 잠에 들기까지의 상황이 대략적인 줄거리를 이룹니다. 아침 시간의 스티븐 데덜러스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리오폴드 블룸의 하루 일과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블룸의 아내 몰리의 긴 독백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율리시스>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