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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생연 - 열여덟 번째 봄
장아이링 지음, 홍민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지난 10월 말에 펀트래블의 중국문학기행의 후반은 상하이에서의 일정이었습니다. 상해 일정의 첫날 루쉰공원에 있는 윤봉길의사 기념관을 살펴보고 상해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하는 애국적(?)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두 번째 날 아침에는 예원이라는 중국정원을 구경하고 그 동네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는 상하이수청(上海書城)이라는 서점에 갔는데, 4층 건물이 온통 서점이어서 놀랐습니다. 이어서 서가응서원을 방문했다가 장아이링의 소설 『세,지(色.戒)』를 촬영한 우캉맨션과 근처에 있는 바진 고택을 찾아갔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귀국 후에 장아이링의 『반생연』을 읽게 되었습니다.
장 아이링(張愛玲 )은 1920년 청나라의 장관이었던 장페이룬(張佩綸)과 리홍장(李鴻章)의 장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버지 장지이(张志沂)와 청나라 해군 장성 황이성(黄翼升)의 손녀 황이판(黄逸梵)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928년까지 텐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가족이 상하이로 이주하면서 1939년까지의 청년시절을 상하이에서 보냈습니다. 1939년 장학금을 받아 영국의 런던대학에 입학하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홍콩대학 예술학부로 이적하였으나, 1941년 태평양전쟁으로 일본이 홍콩을 점령하면서 1942년 학업을 중단하고 상하이로 돌아왔습니다. 상하이에서 1952년까지 작가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선정적인 단편소설과 중,장편 소설을 출판했습니다. 1949년 중국공산당이 상하이를 점령한 뒤에 하향하였지만 당에서 요구하는 바를 다하지 못하여 정치적 압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1952년 중단된 학업을 계속한다는 구실로 홍콩으로 이주하였다가 1955년 난민자격으로 미국에 정착하여 작품활동을 이어갔습니다.
1948년 『열여덟 번의 봄(十八春)』이라는 제목으로 상하이의 이바오(亦报)라는 신문에 연재된 소설로 1950년에 출판사 황관(皇冠)에서 출간되었던 것을 1966년 미국에서 개정하여 『반생연(Half a Lifelong Romance)』이라는 제목으로 타이완에서 재출간되었습니다. 2014년 카렌 킹스베리가 영어로 번역하였습니다. 『반생연』은 『열여덟 번의 봄』의 내용과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고 합니다.
반생(Half a Lifelong)이란 의미가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한 끝에 반생이 삶의 절반을 의미한다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통상은 삶의 과정에서 살아온 날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반생연』의 줄거리는 센스쥔(沈世鈞)과 구만전(顧曼楨)이라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맺어지지 못하는 과정은 한 마디로 한 편의 막장 연속극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아내가 신문소설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는데, 독후감을 쓰면서 찾아보니 처음에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이라고 해서 닭살이 돋았습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진 상하이와 스쥔의 본가가 있는 난징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스쥔은 대학친구 주수후이(許叔惠)가 일하는 회사에 취직하여 만전을 만나게 됩니다. 셋이서 어울리는 사이 스쥔과 만전을 서로에게 끌리면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들까지 개입되기 마련입니다. 만전의 가족들은 언니 만루가 무희로 활동하면서 번 돈으로 살아오다가 나이가 든 언니가 주홍차이(祝鴻才)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홍차이가 만전에게 눈독을 들였던 것이 화를 부르게 됩니다.
만전과 결혼을 결심한 스쥔이지만 만전의 집안과 가까운 장무진이 중간이 끼어들면서 오해가 생겨 두 사람이 다투게 되는데, 그 사이에 홍차이가 밖으로 나도는 것이 불안했던 언니 만루의 지원을 받아 홍차이가 만전을 강간하고 감금한 것입니다. 강간의 결과 아이까지 들어서면서 스쥔과 만전은 재회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한편 스쥔의 집에서도 형수의 사촌동생 쉬추이즈(石翠芝)와 혼담을 추진하지만 스쥔이 미적거리는 바람에 이펑이라는 사람과 약혼까지 했다가 만전과 함께 난징을 찾아왔던 수후이에게 끌린 추이즈가 약혼을 깨고, 이펑은 추이즈의 친구와 전격적으로 결혼을 하게 됩니다. 만전을 만날 수 없었던 스쥔은 만전이 장무진(张慕瑾)과 결혼한 것이라 오해하고 추이즈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스쥔이 만전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처럼 추이즈 역시 수후이를 마음에 담고 살아왔던 모양입니다.
스쥔과 만전이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눈 기간이 4년이고, 14년 뒤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 18년의 세월이 반생이라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수쥔과 만전을 둘러싼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 과정은 신문소설을 끌어가는 힘이었다고 한다면 형부 홍차이가 언니 만루의 도움을 받아 만전을 강간하고 임신을 시키기까지 한다는 설정을 막장 연속극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중국 전통의 가정형태의 하나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에 우연히 만난 스쥔과 만전이 흘러간 세월을 되돌릴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사이 스쥔의 아내 추이즈 역시 오랜 세월 마음에 담고 있던 스후이와 이별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매조지하는 것은 만전이 형부 홍차이가 만전을 강간하고 감금하는 등 파격적인 이야기 전개와는 달리, 이야기의 마무리가 애매모호하다는 점도 짚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