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정원 대산세계문학총서 125
바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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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일에서 25일까지 펀트래블의 로쟈와 함께 하는 중국현대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24일에는 상하이에 있는 바진의 고택을 찾아갔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공개되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고택에서 차량이 빠져나오고 있는 덕분에 정원과 고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진(巴金, 1904~2005)은 루쉰(鲁迅, 1881~1936), 라오서(老舍, 1899~1966)와 함께 중국의 3대 문호로 꼽히고 있습니다. 쓰촨성 청두의 봉건 관료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한 집에 사는 집안 어른이 20여명, 형제와 자매가 30명이 넘고, 하인 4~50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빈부를 떠나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고 하는데, 어머니의 이런 가르침이 그의 작품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열 살 때 어머니가 그리고 열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겉으로는 평화롭고 우애가 넘쳐 보이는 속내로는 증오와 알력과 투쟁이 넘치는 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와 같은 어린 시절의 경험도 <()><휴식의 정원> 등의 작품에 담겨 있습니다.


1919년 반제국주의와 반봉건의 기치를 내세우고 과학과 민주를 주창하는 5·4운동의 영향을 받게 된 바진은 진보적 잡지를 탐독하면서 급진적 무정부주의에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1923년 난징에서 유학한 뒤에는 상하이에서 반봉건 투쟁에 몸을 담았다가 1927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무정부주의자들과 교류하면서 크로포트킨, 버크만 등의 저작을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였습니다. 1928년 파리에서 첫소설 <멸망>을 완성하여 귀국하여 1929<소설월보>에 발표하여 큰 반향을 얻은 뒤로 20여년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게 됩니다.


<휴식의 정원(憩園, 1944)><(, 1931)><차가운 밤(寒夜, 1947)>과 함께 가족소설이라는 현대문학의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세 작품은 중국 전통의 대가족제도가 핵가족으로 해체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전통적인 윤리의식이 퇴색하면서 가족들 사이의 인간관계가 변해가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세 작품을 거꾸로 읽었습니다만, <휴식의 정원(憩園, 1944)은 가족해체의 중간 단계를 보여주었습니다.


<휴식의 정원>1937년 루거우차오(卢沟桥) 사건으로 시작된 중일전쟁에서 1941년 일본이 광둥(广东)까지 밀고 들어와 교착상태에 빠진 1942년 국민당이 지배하던 청두(成都)를 배경으로 합니다. 휴식의 정원(憩園)이라고 하는 대저택은 화자의 친구인 야오궈둥(姚國棟)이 양멍츠(楊夢痴) 사후에 네 아들이 살던 것을 구입한 것입니다. 양멍츠 생전에는 네 아들의 가족들이 살던 대저택이었지만, 야오궈둥은 아내와 아들 그리고 적은 하인들과 살고 있고, 양멍츠의 네 아들 역시 집을 팔고서 각자 작은 집을 사서 나갔으니 대가족의 해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면 야오궈둥의 전처의 친정어머니 자오()의 통제를 받고 있는 점이 대가족과의 대립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소설을 쓰는 화자는 야오궈둥의 부인 완자오화(萬昭華)와 방탕한 생활 끝에 집에서 쫓겨난 양멍츠의 셋째 아들의 둘째 한얼(寒兒)이 보여주는 사랑을 북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이야기의 첫머리에서 야오궈둥의 아들 후()가 외가의 힘을 빌어 학업을 등한시하고 마작이나 경극에 매몰되어 가는 것을 야오궈둥이 방치하는 모습에서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였던 것인데, 자오부인의 위세는 야오궈둥 일가를 압도하여 비극을 자초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듯합니다.


결과적으로 휴식의 정원(憩園)이라고 하는 대저택의 옛주인이나 새 주인 모두 세상의 변화하는 가운데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갈무리할 대목으로는 야오궈둥의 부인 완자오화가 화자가 쓰고 있는 소설에서 보여주었으면 하는 내용입니다. “세상을 좀더 따듯하게 만들어주세요.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모든 이가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을 요.(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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