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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과 작가들 - 위대한 작가들의 영혼을 사로잡은 음주열전
그렉 클라크.몬티 보챔프 지음, 이재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평점 :
일단 제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요즈음에는 술을 마실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만, 젊어서는 술을 좋아하던 적도 있었고, 술과 엮인 작가들의 사연을 소개할 것 같아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영감을 붙들어야 하는 작가들에게 술이란 중요한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위대한 작가들의 영혼을 사로잡은 음주열전’이라는 부제가 달린 듯합니다.
공저자인 그렉 클라크는 ‘이 책은 몬티 보챔프 덕에 나올 수 있었다. 그는 술․작가․예술가에 대한 역사를 삽화를 곁들여 함께 선보이자고 내게 제안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술의 역사를 정리한 책을 읽은 기억은 있습니다만, 저명한 작가들과 술을 엮은 책은 처음이지 싶습니다.
이 책은 와인, 맥주, 위스키, 진, 보드카, 압생트, 메스칼․데킬라, 럼 등 서구에서 보편적인 8종의 알코올 음료의 역사는 물론 이 종류의 알코올 음료와 특히 연을 맺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펼쳐놓았습니다. 제 경우는 주로 소주를 마십니다만 이 책에서 다룬 8종의 술 가운데 압생트를 제외하고는 적어도 맛을 볼 기회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와인은 종류도 많고 즐기는 방법도 많아서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선뜻 좋아하기 어려운 술입니다. 맥주 역시 종류가 다양하고 최근에는 외국의 다양한 맥주를 수입하고 있지만, 이미 국산 맥주에 고정된 탓인지 다양한 맥주를 마실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 술들은 이러저런 이유로 쉽게 마실 기회가 없어서 깊이를 잘 모르는 편입니다.
<알코올과 작가들>에서는 8종의 술의 역사를 잘 요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와인의 경우 특히 셰익스피어가 그의 작품에서 언급한 내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꼽은 대목은 <헨리8세>의 1막4장에 나오는 “좋은 일행, 좋은 와인, 좋은 환대가 좋은 사람을 만들지.”입니다. 맥주도 만만치가 않아서 찰스 디킨스는 그의 작품 속에 런던의 선술집에 대하여 언급을 했고, 그들 선술집은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건너뛰어서 보드카는 2019년에 발트연안국을 여행하면서 어디에선가 좋은 보드카를 사와서 집에서 마셔보았고, 럼은 대학에 다닐 무렵에 나왔던 캪틴Q를 마셔본 적이 있었고, 제대로 된 럼은 쿠바를 여행하면서 아바나의 양조장에서 시음해본 적이 있습니다. 데킬라는 어느 해던가 미국의 산 안토니오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을 때 지인과 마르가리타라는 칵테일을 마셔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압생트는 프랑스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지만 역시 포도주를 우선적으로 마시게 되면서 맛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압생트는 그 유독성이 문제가 되면서 1910년부터 2000년까지 생산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더욱이 마셔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작품이나 미술 등의 영역에서 많이 회자되었기 때문에 관심이 이어져왔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마셔볼 생각입니다.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 가운데는 물론 읽어본 책도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도 많고,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도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데킬라의 경우는 현재 작업 중인 <양기화의 BOOK소리-세계여행>편에 담을 책을 고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맬컴 라우리의 <화산 아래서>로 바꿀 생각입니다. 더하여 올리버 색스의 <오악사카 저널>을 조금 언급하게 될 것 같습니다.
럼은 쿠바의 아바나와 함께 다룰 <노인과 바다>에서 다루면서 <알코올과 작가들>에 대하여도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 작가들의 재치가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