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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치유의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건네는 돌봄과 회복의 이야기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3월
평점 :
책을 읽고 얻은 소감을 적는 방법도 정말 다양하다는 생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는 일본 나라현 산촌에 있는, 70년 된 고택에 자리 잡은 인문계 사설 도서관 ‘루차 리브로(LUCHA LIBRO)‘의 사설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도서관의 이름 루차 리브로라는 이름에 담은 의미를 따로 설명해두지는 않았습니다만, 단어적인 의미만을 보면 ’책에 대해 고심하다‘라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저의 과거에는 언제나 ’책‘과 ’삶의 어려움‘이 자리해 있습니다.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을 살아내기 위해 책을 끼고 지내왔다”는 대목에서 유추해낸 것입니다.
바닷가 도시에 있는 대학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던 화자는 복합골절로 적지 않은 기간 병원 신세를 졌고, 정신과 병동에도 입원한 바가 있습니다. 업무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정신적 긴장감으로 생긴 정신질환이었습니다. 결국 대학 도서관의 사서직을 버리고 나라현의 산속 마을 히가시요시노무라에 있는 고택을 사서 사설 도서관을 꾸민 것입니다.
도서관에서는 독서모임도 운영하고, 도서관에 대하여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누리망 통신을 내보내기도 하기 때문에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는 듯합니다.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다른 점이 많은 도서관이기에 이런 책도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문과 소제목의 이름을 보면 화자가 산촌에 루차 리브로를 개설한 이유를 알듯합니다.
화자는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를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제가 읽어온 책과 그 독서를 둘러싼 기억을 펼쳐놓을 것입니다. 그 궤적은 사막을 걷던 사람이 오아시스를 발견하여 물을 마시고 살아남은 지점을 표시한 선과 점 같아서, 하늘을 나는 새가 보면 땅을 기어가는 별자리처럼 보일디조 모릅니다. 이 별자리가 나중에 오는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어, 물이 샘솟는 장소를 표시해주기 바랍니다.(8쪽)” 그러니까 루차 리브로는 치유의 공간인 셈입니다.
도서관 안팎의 분위기,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도서관이 있는 산속 마을 히가시요시노무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책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책읽는 모임에서 읽은 책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독서모임의 이름도 ’살아가기 위한 판타지 모임‘입니다.
책의 앞부분에는 루차 리브로 안팎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실었는데 나무숲이 감싸고 있는 고택의 모습에서는 도서관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나 집 안을 보면 도서관이 틀림이 없습니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도서관 안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숲속에서, 개울가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치유의 책읽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의 도서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책들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아쉬운 점은 일본 작가 중심이고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책도 적지 않은 것 같아서 찾아 읽고 작가가 책에서 논의한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듯합니다. 그래도 원서에서도 포함되었는지 아니면 우리말 번역본에만 있는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 말미에 이 책에서 인용된 책들 가운데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 절판되지 않은 책의 목록를 실어놓은 것은 좋은 의도였다는 생각입니다. 절판된 책도 도서관에서 찾아 읽을 수 있으니 목록에 포함되었더라면 좋았겠습니다.
이 책에서 인용한 책들 가운데 읽어보면 좋을 듯한 책들 가운데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책을 꼽아보았더니 12군의 책을 찾아 읽어볼 생각입니다. 책을 읽은 뒤에 바로 읽어본 책은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라는 만화책이었습니다. 영국 작가 필리파 피어스의 작품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인용한 이유는 히로시마 교육위원회에서 초등학생 대상의 평화 학습교재에 실려 있던 <맨발의 겐>의 내용을 삭제한 것에 대하여 의문을 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