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보는 판타지 요재지이 한권으로 보는 시리즈 (큰방) 4
포송령 지음, 여설화 옮김 / 큰방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중국여행을 앞두고 중국 관련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의 책읽기였습니다. 이 책은 청나라 초의 극작가이며 소설가로 알려진 포송령(蒲松齡)이 쓴 문어체의 소설집 <요재지이(聊齋志異)>를 평역한 책이라고 합니다. <요재지이>는 중국의 괴담이나 괴기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나 그런 작품을 쓰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72세에 과거 1차 시험이 동자시에 합격하고서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창작에 전념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요재이지>는 그가 75세에 죽은 51년 뒤에 간행되었다고 합니다.


<요재이지>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은 신선을 비롯하여 여우나 유령, 귀신, 도깨비, 그리고 이상한 인간들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말 제목도 <기묘한 이야기>가 된 모양입니다. 이야기들른 한결같이 작가가 민간에서 채취한 이야기들입니다. 사람들이 특히 흥미를 가지는 편인 요괴, 정령, 동물과 인간이 나눈 사랑이야기가 대표적이라고 합니다.


옮긴이 역시 <요재지이>의 특별한 위치를 고려한 까닭인지 환상문학을 지망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비법을 안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았습니다. 해제 다음에 곧바로 판타지 베스트셀러의 원칙 열 가지를 제시하고, 그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주요 작품의 말미에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도깨비나 괴물, 요정 등에 대하여 산해경 등을 인욘한 <판타지 Note>를 덧붙여 놓았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사람을 알아보는 기술입니다. 이는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기담이나 괴담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36꼭지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현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황당무계하고, 혹세무민하는 것들이라서 가볍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육판관이라는 이야기에 나오는 수명에 관한 대목은 새겨둘만 했습니다. 육판관과 가깝게 지내던 주자명에게 여명이 닷새 남았다고 전하자 주자명은 판관의 힘으로 늘릴 수 없겠느냐고 묻는다. 육판관의 대답은 어려운 소리야. 생과 사는 천명이기 때문에 내 힘으로도 어쩔 수 없네. 이봐, 살아있는 건 즐겁고 죽는 것은 슬픈 거라고 생각을 말게.(97라고 달랩니다.


천자문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도 알아두면 쓸모가 있을만한 이야기입니다. 천자문은 위(, 220-265)나라의 종요(鍾繇)라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조조, 유비, 손권이 나오는 삼국지에서 조조가 한나라의 헌제를 모셔다가 위나라를 열었는데, 조조의 아들 조승이 헌제로부터 양위를 받아 황제에 올라 문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많은 무리들이 헌제를 다시 옹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종요 역시 죽음을 각오하고 문제에게 헌제를 다시 모시고 강요하지 말고 진정을 양위를 받으라 청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노한 문제가 종요을 하옥시켰지만, 그를 따르는 무리가 많아 섣불리 참하지 못하다가 계교를 꾸몄다고 합니다. 즉 하루의 말미를 주고 사언체 250구의 글을 짓되 중복되는 글자가 하나도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글을 짓자니 명을 구걸하는 느낌이 들어 고민하던 종요는 결국 글을 지었다고 합니다.


천지와 우주로 움직일 수 없는 이치는 물론 사람들이 살아가는 법도와 법칙을 비롯하여 임금에 대한 충의, 어버이에 대한 효성, 그리고 인간사회에 대한 의리와 도덕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것이 없었다고 합니다. 글짓기에 사력을 다한 까닭에 종요의 검은 머리가 하룻밤 사이에 하얗게 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제는 종요를 방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옛날 같으면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려워질 법도 합니다만, 개명한 요즘에는 이런 이야기는 그저 읽고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거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화젯거리로 써먹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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