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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괴담의 과학 - 유령은 왜 나타나는가 ㅣ 전파과학사 Blue Backs 블루백스 85
나카무라 마레아키 지음, 김두찬 옮김 / 전파과학사 / 2025년 8월
평점 :
어렸을 적에는 도깨비나 도깨비불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언젠부터인지 시나부로 사라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밤에 공동묘지에 가는 일은 없겠습니다만, 언젠가는 길건너 공동묘지가 있는 동네에서 산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보니 어렸을 적에는 어스름할 때 공동묘지 앞으로 난 길을 걸어 집에 오기도 했습니다.
전공이 그래서 죽은 이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부검을 직접한 적도 있는데, 그런 날에는 소주를 취하도록 마시고 집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공동묘지에서 가까운 동네의 호젓한 집에서 혼자 살 때의 일입니다. 근데 같은 일을 하는 여자 후배가 죽은 이의 원한을 풀어주는 일을 하는데 귀신이 되어 나타날 일이 있겠느냐고, 오히려 지켜주는 일을 하지 않겧냐고 해서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도 있습니다.
괴담은 어느나라에나 있습니다만 일본은 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런 괴담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시도하는 분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괴담의 과학>을 쓴 정신과의사 나카무라 마레아키 박사가 그런 분입니다.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을 괴담이라고 합니다만, 박사는 '유령은 왜 나타나는가'이 책의 부제처럼 유령을 보는 사람의 심리상태 혹은 정신상태를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그밖에도 환청, 환시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괴담의 과학>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유령은 왜 나타나는지를 3개 장에 걸쳐 중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4장에서 환청과 착시, 환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보게되는 과정도 설명합니다. 5장에서는 인간은 왜 괴담을 좋아하고 환각을 보게 되는지 괴담의 논리를 설명했습니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유명한 괴담, 체험담들이 대부분 정신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라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일본의 괴담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하여 유럽제국의 괴담들도 불러다 설명합니다. 마젤란의 세계일주 항해와 산에서 조난 당한 사례를 인용하여 집단환각을 설명합니다. 마르코폴로의 여행기를 인용하여 환청 현상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책을 읽다 확인이 안된 사실을 만나면 읽던 흐름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아쉽게도 <괴담의 과학>에서도 그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육지의 환영을 이야기하고자 인용한 마젤란의 세계일주 항해에 관한 이야기에서 ‘희망봉’을 지나 태평양을 항해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입니다. 츠바이크가 <마젤란 항해기>에서 범한 오류를 검토 없이 인용한 탓으로 보입니다.
마젤란은 카를로스 왕의 허락을 얻어 빅토리아 호를 비롯하여 5척의 배와 270명으로 된 선단을 이끌고 1519년 8월 10일 에스파냐의 산루칼 항을 출발하여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로 향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남쪽에서 좁은 해협을 발견하고 마젤란 해협이라고 했으며, 거친 남대서양과는 달리 잔잔한 바다를 만나 태평양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거쳐 필리핀에 도착한 그는 1521년 4월 27일 막탄 섬에서 원주민과 충돌하여 죽고 말았습니다. 이러저런 사정 끝에 다섯 척의 배 가운데 빅토리아 호만이 1522년 9월 8일 세비야로 귀항하였습니다. 이때의 생존자는 후안 세바스티안 엘카노 (Juan Sebastian Elcano) 등 18명이었습니다.
마젤란 탐험대가 필리핀에 도착했을 무렵까지만 해도 어려움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몰루카제도를 떠나 포루투갈이 지배하던 항로에서는 보급을 받지 못해 괴혈병과 영약부족으로 많은 선원이 죽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5장의 괴담의 논리에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달아날 것인가’ 결정하는 순간의 신체 반응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언젠가 인용해 볼 생각입니다.
결국 괴담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에서 비롯된다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순간에 오감을 통하여 느낀 것들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귀신이아 유령은 존재하지 않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