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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김훈태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다혜의 <교토의 밤 산책자>를 읽었던 것처럼 교토에 관한 글을 한 꼭지 쓰기 위해 읽은 책입니다.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출판기획 일을 하는 작가가 서른이 되던 해에 회사에 사표를 내고 부산을 떠나 오사카를 거쳐 교토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교토로 여행을 떠난 이유는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생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고 마음을 온전히 쏟을 수 있는 대체물을 찾기 위해서였던 듯합니다. 이런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여행은 인생의 나이테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봄부터 가을까지 같은 속도와 질감으로 부드러운 살을 찌우다가 추운 겨울이 되면 성장을 잠시 멈추고 안으로 견고해지는 시간, 그것이 나이테잖아. 여행은 그렇게 내부로 견고해지는 시간이야.(26쪽)”
작가는 부산을 출발하여 교토에 도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편지 ‘오사카 행 슬로보트를 타다’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교토로 향하기에 앞서 미얀마와 핀란드가 후보로 꼽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교토가 최종 낙점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교토를 떠날 때까지 쓴 모두 열네 통의 편지에 교토에서 보낸 시간들을 요약하였습니다. 편지의 형식을 취하다 보니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글을 썼는데 마치 독자가 편지를 받아 읽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열네 통의 편지는 아마도 교토에 있는 어느 찻집에서 썼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편집기획을 담당했던 까닭인지 문체도 담백하고 간략하면서도 다양한 자료를 끌어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편지에는 작가가 교토에서 가본 장소들, 숙소는 물론 가모가와, 기요미즈데라, 료안지와 로젠인, 긴카쿠지와 철학의 길, 우토로 마을과 같은 유명한 곳은 물론 유명하지 않은 곳을 포함하여 찻집과 음식점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미셀이라는 찻집은 아침을 먹고 편지를 쓴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커피에 대하여 진심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이 책이 출간된 2년 뒤에 나온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라는 책도 작가가 쓴 것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요즈음 국내외의 장소에서 한 달을 보내는 한 달 살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작가는 일찍이 교토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본 것 같습니다. 작가가 소개한 숙소에 머물면서 작가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교토를 즐겨보기를 한 달 동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런던, 파리, 비엔나 등에 이어 한 달을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교토가 추가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써볼 요량인 교토에 관한 글에서는 일단 가모가와, 기요미즈데라, 긴가쿠지 그리고 인근에 있는 철학자의 길 등이 다루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다혜의 <교토의 밤 산책자>와 김훈태의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입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작가가 묵은 숙소에 주인은 물론 찻집과 식당 등을 비롯하여 여행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나누고, 전자우편 주소를 주고받는 등 인연을 이어가기로 한 것을 보면 여행을 제대로 하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유여행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수확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 편지에서는 작가가 교토에서의 생활을 소개하는 누리사랑방의 글을 보고(아마도 ‘교토에서 보낸 편지’가 아니었을까요?) 작가가 머무는 숙소에 찾아온 여성하고 나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 여성은 작가에게 ‘왜 교토에서 한 달이나 머무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하여 ‘그냥요’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성에게 같은 질문을 했는데, ‘사연이 있어요, 정리해야 할 것도 있고요.’라고 해서 더 묻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여성은 덧붙여서 ‘인생의 목표와 의미를 찾아야 한다.(278쪽)’라고 했답니다. 작가는 자신도 잃어버린 의미를 찾아 교토에 혼자 왔음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무언가의 의미를 찾기 위해 굳이 해외로 나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