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산책자 - 파리, 베를린, 도쿄, 경성을 거닐다
이창남 지음 / 사월의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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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서울과 근교의 산책길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외여행길에서도 방문한 도시를 산책하기도해서 도시산책이라는 개념에 눈을 뜨게 된 셈입니다. 최근에 윤미래의 <발터 벤야민과 도시산책자의 사유>를 읽은 데 이어 이창남의 <도시 산책자>를 읽게 된 이유입니다. <발터 벤야민과 도시산책자의 사유><일방통행로> 등 발터 벤야민의 저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도시 산책자>의 경우는 도시산책의 역사로부터 시작하여 발터 벤야민,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이상, 박태원 등의 시선을 통해 근대 파리, 베를린, 도쿄와 경성에서의 도시산책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근대 이전에는 거북이를 끌면서 한가롭게 도시를 산책하던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만, 도시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됨에 따라 도심의 거리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한가롭게 산책을 할 상황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자는 근대 대도시에서의 산책과 현대 대도시에서의 산책의 의미를 비교하기도 합니다.


이창남은 산책자라는 주제를 장 자크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만, 비슷한 시기의 임마누엘 칸트 역시 도시산책에서 빠트릴 수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입니다. 도시산책이라는 주제로 쓴 글이 없어 주목받지 못한 것 아닐까요?


현대에 들어서도 벤야민이나 크라카우어의 도시산책의 전통을 잇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의 크리스틴 페레플뢰리와 <바깥 일기>의 아니 에르노, <도시 탐구기>의 로버트 파우저는 물론 최근에 읽은 우리나라의 작가로는 <지하철 독서 여행자>의 박시하, <교토의 밤산책자>의 이다혜, <도쿄적 일상>의 이주호 등이 생각납니다. 도시산책이라는 주제를 정리해볼 생각에서 읽어본 책들입니다.


20세기에 활동한 발터 벤야민이 18세기의 산책자와 구분되는 산책자의 유형을 제시했다면 오늘날의 도시산책자들은 21세기의 도시산책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18세기의 도시산책자들이 철학적 몽상가였다고 하면, 벤야민이 이야기하는 20세기의 산책자는 사회적 야생성 한가운데에서 끊임없이 부유하는 알 수 없는 익명의 인간으로 애드거 앨런 포의 군중 속의 남자와 같은 존재로 재탄생하였다는 것입니다.


벤야민은 도시산책자의 행동특성을 두 가지로 파악하였는데, 하나는 찻집에 자리 잡고 앉아 무형의 대중을 관찰하는 사람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인의 고독에서 벗어나 대중 속에 섞여드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군중 속의 개인을 산책자와 구경꾼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산책자가 자아에 몰입하는 사람이라면 구경꾼은 자아를 벗어나 외부대상에 몰입하고 몸을 맡기는 탈자아적 행태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20세기에는 이동수단의 발달로 인하여 전지구적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어 지구촌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저가항공의 발달과 이용객의 증가, 그리고 인터넷 사용의 보편화와 정주민이 가졌던 삶의 경계들을 유동화하는 매체의 발달은 도시산책자들의 유목을 일국적 현상이 아닌 초국적 현상으로 만들고 있다.(44)” 21세기의 유목적 대중은 국경을 넘는 여행자이거나 인터넷을 배회하는 전자적 산책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경을 넘는 트랜스내셔널 산책의 개념은 단순한 여행의 의미를 넘어 문화적 전이와 개념적 재위치의 자기 성찰적 과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45)”라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살고 있는 서울의 산책에서 국내 도시는 건너 뛰고 지구촌의 다양한 도시를 찾고 있는 저는 돌연변이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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