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배신 -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 부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읽게 된 <건강의 배신>입니다. 책을 쓴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미국의 언론인이자 사회비평가입니다. 화학, 물리학 그리고 생물학을 전공하였는데, 전공분야가 아닌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저서들을 보면,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 <긍정의 배신>, 그리고 <건강의 배신>에 이르기까지 세상만사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의 배신>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을 지키거나 회복하는 보건의료체계를 비판적 시각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재화를 투입해야 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모두 12개의 장으로 구성된 주제들은 꽤나 상징적인 제목을 달아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1장의 의료화된 삶’, 2의례가 된 의료행위’, 3장의 과학이라는 허상등입니다. 서문을 읽고서 1의료화된 삶에 들어갔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죽어도 괜찮을 나이가 된다는 것이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건강검진을 받지 않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금년에 84세가 된 그녀가 중년이 되면서 건강과 관련된 노력을 늘리기 시작했던 것과는 다른 결정입니다. 사실은 죽어도 될 만큼 늙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더 오래 살기 위해 고통스럽고 성가시고 지루한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들이 사실은 이윤에 혈안이 된 의료산업집단의 흑심에 끌려 시작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관련이 있는 항목이 있습니다. 전립선암을 감시하는 PSA검사입니다. 이 검사는 전립선암을 선별하는 검사로는 권고할만하지 않다는 USPSTF(미국질병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의 결정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막상 PSA값이 높게 나와 검사하고서 전립선암을 진단받게 된 저로서는 이와 같은 결과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노력까지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남은 생애 동안 일주일에 6일간 운동하라. 미안하지만 그게 전부다. 타협해서도, 포기해서도, 변명해서도 안 된다. 당신이 죽을 때까지. 6일간 진지하게 운동하라.”크로울리와 랏지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이는 노화를 질병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생긴 건강산업이 확대되면서 나온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122세까지 살았던 프랑스 여성 잔 칼망과 그녀의 남편은 죽을 때까지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70살이 넘어 근력운동을 시작한 저의 결정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쓰고 있기는 합니다.


의과대학의 중요한 학과목인 해부학에서 사체 해부를 필수로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의사들과 사회과학자들은 사체 해부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사실 의사 면허를 받고 나면 사체 해부를 통하여 배웠던 해부학적 지식이 의사로서 진료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의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체해부를 통하여 확인하게 되는 해부학적 지식은 의료행위를 하는데 있어 바탕이 되는 필수지식이라 할 수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니 저는 의료계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그녀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보고, 기왕의 전통의료의 입장을 변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건강한 수명연장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한 끝에 이야기는 자아가 성공적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별도의 장으로 구분하여 이야기할 뿐 아니라, 그 자아를 넘어선 진짜 세상에 이른 것을 보면 저자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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