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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문장들 - 걷기 좋은 유럽, 읽기 좋은 도시, 그곳에서의 낭만적 독서
강병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5월
평점 :
‘걷기 좋은 유럽, 읽기 좋은 도시, 그곳에서의 낭만적인 독서’라는 부제가 <도시를 걷는 문장들>을 읽어보기로 한 이유였습니다.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강병융 작가의 여행수필 모음입니다. 슬로베니아를 두 번 여행하면서 류블랴나를 세 번 지나치면서 정작 한 번도 머물러보지 못한 도시입니다.
저는 주로 여행사에서 기획한 상품을 통해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만 필자는 주로 자유여행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자유여행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기 마련입니다만, 작가는 “행복한 여행을 위해선 그 중심에 ‘나, 자신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일상스러운’ 여행을 통하여 내가 중심인 여행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여행지에서 읽은 책은 최고의 책이고, 그 책을 다시 읽으면 머물렀던 곳이 떠오르게 만드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도시를 걷는 문장들>은 그 문장, 그 느낌, 그 장소를 기록한 책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지난해 그동안 다녀온 유럽여행과 책읽기를 연결한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을 출간했습니다만, 여행과 책읽기를 새롭게 연결한 책으로 읽었습니다. <도시를 걷는 문장들>에서는 슬로바키아의 브라키슬라바와 정혜윤의 <마술라디오>를 시작으로 유럽 20개국의 22개 도시에서 읽은 22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작가가 여행한 22곳 가운데 12곳에는 저도 가보았습니다만, 작가가 소개한 22권의 책 가운데 읽어본 책은 단 3권이었습니다. 가보지 못한 10곳은 여행사의 상품에는 포함되지 않는 곳이며, 작가와 저의 독서 취향이 많이 다른 모양입니다.
19개 국ㅏ에서 각각 하나의 도시를 소개하는데, 이탈리아만큼은 3곳의 도시가 소개됩니다. 도시들은 위치에 따라 유럽의 중부, 동부, 서부, 남부, 그리고 북부로 나누어놓았는데, 유럽의 남부의 도시들 가운데 페루의 리마가 포함된 사연이 무엇인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만약에 저라면 리마와 이탈리아의 도시 2곳을 제외하고 동서남북 그리고 중부에 각각 5개 도시를 선정하여 모두 24개 도시로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 도시의 말미에 있는 한 장소는 나름 그 도시를 대표하는 곳을 골랐다는 생각을 했지만, 부다페스트에서 부다페스트 아이를 고른 것 이유가 분명치 않았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 ‘부다페스트 아이’를 본 사람은 많겠지만, ‘부다페스트 아이’에서 부다페스트를 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을 겁니다.”라고 했는데, 부다페스트에 두 번 갔지만 부다페스트 아이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당연히 부다페스트 아이에서 부다페스트를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부다페스트 국립미술관의 노대에서 그리고 겔레르트 언덕에서 부다페스트 시내를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을 읽고는 ‘이 도시와 그 소설이 비슷한 몇 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적었습니다.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만, 제가 리가에서 느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고령화 가족>과 연결하는 것을 보면, “리가와 <고령화 가족>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역시 내가 애정을 가지고 그것을 보고 느꼈다는 것일테니”라고 마무리한 대목의 의미를 알듯합니다. 그리고 리마편에서 소개한 한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라는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이야기 꼭지마다 고른 ‘한 장소’는 그곳에 있는 장소인 듯하나, ‘한 문장’은 딱히 그곳에서 읽은 책에서 고른 것은 아닌 듯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정형적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책읽기를 마치고는 든 생각은 이 책에서 소개된 장소들 가운데 가본 적이 있는 12곳에서 저자가 읽었다는 책들을 저도 읽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생각에 얼마나 동조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