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샤를 페팽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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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는 국립 레지온 도뇌르 고등학교와 파리정치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는 샤를 페팽교수가 쓴 책입니다. 페팽교수는 방송과 강의를 통하여 철학을 알리고 있어 프랑스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제의 빛이 없으면 내일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어제가 과거에만 속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거는 가버리지 않는다. 우리를 이루는 것은 현재보다 과거의 지분이 더 크다.(9)”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살아갈수록 경험이 풍부해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잘 지내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과거 속에서살지 않고 과거와 더불어살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1, 과거의 현존들, 2부 과거와 마주하기, 3부 과거와 나아가기 등,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과거라는 것이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재구성된 기억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뇌과학에서 밝혀낸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기억 현상에 관한 철학자들의 사유를 인용하고 있는데, 기억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베르그송은 <물질과 기억>에서 인간이 행동하기 위해 행동에 요긴한 기억들을 끊임없이 선별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인용했습니다. 철학에서 이야기한 기억에 관한 내뇽을 뇌과학에서 이야기하는 기억과 연결하기도 합니다.


2부는 우리가 순수하게 현재의 순간을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현재를 살아가는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잠재되어 있는 기억이 현재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작가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대목을 인용하여 과거라는 기억을 되살려내는 계기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합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인용하여 일화기억을 잃은 여주인공 리타의 사례를 보면서 일화기억을 잃은 내가 진짜 나인지를 생각해봅니다. 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파스칼의 유명한 명제를 가져와 나는 기억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기억은 곧 나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과거를 곱씹지 말자라고 하는 새로운 제안을 가져옵니다. 아픈 과거에 매달리다 보면 현재의 삶이 발목 잡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대목도 있습니다. “술꾼은 과거에서 도망치려고 술을 마시곤 한다. 이별이나 실패, 굴욕이나 사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서. 그는 삶의 비극을 감추려고 술을 마신다. 이 방법도 처음에는 통한다.(113)”라는 대목입니다. 저 역시 과거에 술에 의지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실감할 수 있던 대목입니다.


아픈 과거에 매달린다거나 잊기 위해 무언가에 의지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과거라는 기억과 싸우기를 멈추고 수용할 수 있을 때 과거의 나쁜 기억으로부터 해방되어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과거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작업을 기억의 재공고화라고 말합니다.


흔히 기억은 절대로 틀림이 없는 것이라고 믿는 경향입니다만, 사실 기억도 주체의 의도에 따라 왜곡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3부에서는 과거라는 기억을 재공고화하여 삶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있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되찾은 시간>에서 이야기하는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밝혀진 삶,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체험하는 유일한 삶은 바로 문학이다.(171)”라는 대목을 인용합니다. 저자는 과거와 함께 사는 묘를 터득한 사람은 어제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 세계에서 얻은 것, 그 세계에 두고 온 것으로 인해 자못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다.(236)”라고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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